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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세계화는 끝나는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금융 엘리트 집단 사이에서는 세계경제가 보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로 선회하기 시작했다는 공포심이 확고해졌다. 대선 캠페인 동안 트럼프는 다른 선진국의 우익 포퓰리즘 정당들을 그대로 흉내 낸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보호주의는 가장 고약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국경 남쪽”의 멕시코인 등 라틴아메리카인들을 겨냥한 반反이민 담론과 결합한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불만에 찬 노동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고안됐으며,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자유무역 정책 때문에 사용자들이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이 팽배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엘리트들과도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 모든 잘못의 원흉이라는 주장을 딱히 반박할 처지가 못 됐고, 그래서 이 메시지는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보호주의를 향해 나아가면서 워싱턴 정계에서 심각한 의견 대립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경쟁을 겨냥해 만들어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중단할 계획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무역 정책을 둘러싼 백악관 내” 의견 대립은 “내전”에 견줄 만한데, “도널드 트럼프와 사이가 가까운 경제 국수주의자들이 [자유] 무역을 옹호하는 월스트리트 출신 온건파들과 맞붙어 정부 내에서 (한 고위 공무원이 붙인 말에 따르면) ‘화염 같은 회의’가 벌어졌다.” 2017년 5월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트럼프가 “다자 간 협정을 양국 간 협정으로, 자유주의를 보호주의로, 예측 가능성을 예측 불가능성으로 대체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고 썼다.

전략을 둘러싼 이런 분열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한 행동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지식갤러리, 2012)이라는 책을 쓴 피터 나바로를 백악관 신설 국가무역회의 위원장으로 앉힌 것인데 미국-중국 무역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새 정책의 핵심은 (특히 중국과 연관된) 국제 공급망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것과 이를 대신할 미국 “국내” 공급망을 건설하는 것이다.3 트럼프는 2017년 6월 2일에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도 파리가 아니라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피츠버그”를 방어하기 위한 것인 양 치장했는데, 이는 경제적 국수주의 이면에 있는 공화당 내의 오랜 “고립주의” 흐름을 그가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4 트럼프는 이런 행동들을 하면서도 EU와 새로운 무역 협정을 (TTIP와는 별도로) 맺을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국과도 그랬다. 트럼프 정책의 이런 모순과 모호함은 그가 기존 질서를 순전히 파괴하고 보호주의로 후퇴하기보다는 무역 협정을 재편하는 중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보호주의의 새 유행은 트럼프의 정책에 그림자처럼 깔려 있을 뿐 아니라, 프랑스의 국민전선 같은 유럽의 파시스트와 우익 포퓰리스트의 정책에도 반영돼 있다. 이런 보호주의적 사고방식과 나란히 제기되는 진술이 있다. 기존 형태의 세계화는 끝나고 새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화가 종말을 맞았다는 주장은 10년도 더 지난 것이다. [2001년] 9·11 이후로 몇몇 평론가들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89년에 쓴 “역사의 종말?”에서 약속된 [냉전 후의] 새로운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수명을 다했다고 주장해 왔다.5 이렇듯,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명제는 태평성대(“역사의 종말”)를 약속한 후쿠야마 추종자들을 밀어내면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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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21》 26호(2018년 7~8월)에 실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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