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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트럼프, 심각해지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을 수행하는 방식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백악관에서 들려오는 드라마틱한 각종 일화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W 부시 같은 전형적인 친기업 우익 공화당 행정부가 좀 더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것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리 앤더슨은 트럼프가 “은행가와 사업가, 장군과 몇몇 우익 정치꾼을 선발해 게오르게 그로스의 그림에나 나올 듯한 내각을 꾸리며 선거 유세 때 이야기한 것 대부분과 맞지 않는 정부”를 구성했다고 신랄하게 논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행한 것으로 판단해 볼 때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게 여럿 있었다.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대거 깎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것 모두 전통적인 공화당의 계획에 해당했다.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 정부의 끔찍하게 부풀어 오른 오장육부를 아주 재미있게 취재한 책 《화염과 분노》는 주의력 지속시간이 금붕어 수준인 자기 중심적 멍청이가 한가운데에 있으며 내부 경쟁과 분열로 마비된 백악관을 보여 줬다. 경쟁의 두 축은 대안 우파의 경제 국수주의를 대변하는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과, 골드만 삭스의 전 사장이자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게리 콘으로 울프는 콘을 두고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한 민주당원이자 세계화주의자 뉴욕내기”라고 묘사했다. 콘은 [트럼프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에 의해, 스티브 배넌을 견제하는 동시에 현 정부가 월스트리트에서 너무 이반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추 구실을 할 것을 독려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둘 다 사라졌다. 배넌은 지난해 경질된 데 이어 울프의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를 제공한 것이 이후 드러나자 정계에서 한층 더 먼 외곽으로 쫓겨났다. 콘은 트럼프가 3월 1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탈은 정치적으로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 개인 생활 측면에서 배넌은 아마 더 고통받을텐데, 배넌이 울프한테 누설한 것을 트럼프가 맹렬히 비난한 뒤 억만장자 후원자인 로버트·레베카 머서와의 관계가 끊겼고 그 결과 [배넌이 회장직을 맡았던 극우 웹사이트] 〈브레이트바트 뉴스〉에서도 쫓겨났기 때문이다. 반면 콘은 분명 머지않아 월스트리트에서 안락한 고위직을 찾을 것이다.

그럼에도 배넌은 패배했지만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선거에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라는 경제 국수주의로 트럼프가 선회하고 있다는 더 일반적인 변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쌓아올린 “전후 확립된 이 자유주의적이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배넌의 표현)에서 멀어지고 있다. 콘이 백악관을 떠난 뒤, 주류 출신 주요 인사 두 명이 빠르게 그 뒤를 따랐는데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과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이다. 엑슨모빌의 전 CEO인 틸러슨은 콘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자본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맥매스터는 비서실장 존 켈리,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와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국가 안보” 문제에서 옆길로 새지 않도록 보좌하리라 기대를 받은 트럼프의 최측근 장군들 중 한 명이었다. 그 말은 미국 제국주의의 전 지구적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다시 (배넌이 비난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긴밀히 묶여 있다.

틸러슨과 맥매스터는 둘 다 사임한 게 아니다. 둘은 경질됐고, 트럼프의 사고방식에 훨씬 더 맞는 인물들로 교체됐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 티파티의 지원을 받아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으며 트럼프가 CIA 국장으로 임명했던 마이클 폼페이오가 틸러슨의 자리를 넘겨받았고, 조지 W 부시가 임명한 UN 주재 대사였던 전쟁광 존 볼턴이 새 국가안보보좌관이 됐다. 두 사람 다 이란과 북한 문제에 있어 강경파인데 이들 쟁점은 트럼프가 외교정책에서 직면한 가장 큰 잠재적 고비다. 볼턴은,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해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길 원하는 네오콘은 아니지만,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불량 국가”에 맞서 군사적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다는 부시 독트린은 분명하게 옹호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가 “트럼프에 집행력을 제공할 인물”이라고 말한 폼페이오는, 처음에는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를 반대하다 나중에는 트럼프 아첨꾼이 된 우익 공화당원이다. 루스는 “제임스 매티스만 제외하면 …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자신한테 저항하는 인물들을 전부 쫓아냈다”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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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21》 25호(2018년 5~6월)에 실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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