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어찌저찌해서 교육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주변 사람 중 내가 이 대학에서 졸업하는 것만으로 공부를 끝마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그런 식의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산다’는 식의 말이 아니더라도 ‘교사연수’라던가 ‘평생교육’이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라도 공부를 평생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이야기 말고, 주변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건 정확히 말해 ‘대학원 진학’인듯하다.

교수가 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은 남들과 다르니까 가뿐히 해낼 거야”라는, 한국에서 대학입시 공부 좀 한다는 자식을 둔 평균적 부모의 마음을 지닌 나의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교사라면 석사는 필수이고 박사는 선택”이라고 하시는 석사 학위 소지자인 초등교사 고모에, 그 외의 여러 친척에…. 심지어 놀랍게도 중·고등학교 친구 중 몇몇은 내가 당연히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평소 처신을 어떻게 했기에 지난 1학기 성적이 엉망으로 나온 꼬꼬마 1학년생이 이런 기대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뭣 모르는 스무 살이지만 하여튼 나도 주변의 기대대로 “공부를 더 하”고 싶긴 한데, 어째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주변에서는 내게 구체적인 분과학문을 딱 집어서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변덕이 심한 성격의 나는 공부에서마저 변덕이 심하다고 핀잔을 듣고 있다. 고모는 내게 “언제는 경제학이라더니 이제는 사회학이냐”며 “사회학이면 교육사회학 쪽으로 해서 교육대학원 진학하면 되니 여러모로 좋긴 하다”고 덧붙이고, 어머니는 교육대학교 1학년 2학기 교양 사회과학 수업을 신청하는 것뿐인데 “왜 사회학을 안 고르고 정치학을 골랐는지” 궁금해하시며 둘 다 관심 있다는 나의 대답에 어떻게 나의 관심사를 충족시키며 될 수 있는 대로 편한 방법으로 대학원에 다닐지를 궁리하다 고모와 똑같이 ‘교육사회학’으로 일단 결정(?)지어 놓는다. 내 책장에 철학책이 많이 꽂혀 있다는 이유로 지레 철학 쪽으로 대학원 진학을 할 것으로 판단한, 아버지의 뒤를 따라 윤리학 교수가 되겠다며 철학/윤리학 책 외에는 읽는 것을 본 적이 없는 학교 선배는 어느 날 내 책장에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이진경)이 꽂혀 있는 걸 보며 건축학에도 관심 있느냐며 왜 이리 관심사가 다양하냐고 묻는다. 황당하다.

나는 아직 내 공부의 문제의식조차 전혀 잡혀 있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대학원 진학’이라는 틀에 나를 잡아넣고 그 안의 또 다른 틀, 명확하게 세분된 분과학문의 이름을 대주기를 기대한다. 꼭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공부라는 게 분과학문으로 그렇게 명확하게 나누어질 수 있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통섭’이니 뭐니를 들먹이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참 짜증 나는 반응이다.) “공부를 더 하”려면 꼭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다. 하여튼 나는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오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내가 지금 당장 그 답을 갖고 있을 거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나 계속 공부할 돈은 좀 주시려나? -_-;;

나는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의 16개의 생각

  1. 당연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밥 몇 끼 더 먹은 저로서도 좀 더 공부하고 싶고, 무엇인가 확실한 것이 없기에 이것저것 다뤄 보는 중입니다.
    나츠카와 가오가 지은 ’20대 마음껏 헤매고 마음껏 성공하라’를 읽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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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 나도 책꽂이에 한나 아렌트 혁명론 꽂혀 있는 거 보고서 “혁명 하려고 그러냐”라면서 아빠가 화낸 적 있는데 -ㅂ-

    아니 근데 이제 겨우 대학 1학년인데 벌써부터 대학원 어디 갈지를 생각하라고 압박을 넣는다냐;;; 대학원 갈지 말지를 포함해서 그런 건 천천히 생각해서 졸업하기 1년쯤 전에 정해도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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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죠. 이 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쿨럭)

      (교육대학의) 교육대학원 외에는 돈이 많은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니, 그런 이유도 ‘교육사회학’으로 결정지어 놓고 싶어하시는 것에 한 몫 하겠지요.

      무엇을 공부하게 될지, 대학원에 진학할지 말지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는 것을 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느낍니다…. 제가 참 대책없이 돈을 막 쓰는 타입이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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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공현 씨 댓글 보고서 뿜어서 여담을 먼저. 저희 아버님은 ‘혁명’ 이라는 단어에 관대하지만 ‘주체’ 라는 단어를 보시면 ‘너 북한 좋아하냐?’ 라는 소리가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미디어)는 괜찮고 「주체란 무엇인가」(그린비)는 안 되는 케이스.

    ‘통섭’이나 ‘연계’라는 말이 정말 많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는 구분하는 것은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데,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전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넷 서핑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상에 각잡고 앉아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푸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니.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죠.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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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너 참 다양하고도 짜증나는 기대들 속에서 사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도 곧 있으면 그 사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그닥 유쾌하지 않지만,

    뭐 이젠 그런 기대에 깔끔하게 무시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인지 오만인지 나에 대한 기대감인지 그런 비슷한 것들이 단단히 생긴 것도 같아

    어쨌거나 돌아가면 피엡 만나고 싶다. ㅎㅎ
    지금은 복학했을테니 서울인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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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 보니 한 두어 달 정도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오는구나. 넌 그동안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난 점점 위축되어가는 것 같은데, 나도 너처럼 떠나서 이것저것 몸으로 부딪치면 달라질 수 있을까?

      돌아오면 한 번 보자. 12월 말이면 2학기도 끝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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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흠 사실 저도 대학을 들어가는데(들어간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망설임이 사실 공부를 방해했다고 보는게 맞는 듯?ㅋㅋㅋ
    그래서 사실 고3 1년내내 난 고민밖에 안했어요 ㅎㅎ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는 건 이대로 대학에 가면
    너무 자연스럽게 사회에 빨려들어가는 게 아닌가. 내가 가는게 아니라 빨려들어갈까봐.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가고 취직을 (못)하고..
    우으으으으 요즘은 진짜 고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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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대학을 가나 안 가나 사회에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ㅋㅋㅋ;;

      그나저나 수원지부 모임에 가본지도 오래 되었네요. 한 번 가보고 싶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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