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나로 서울지부에 느끼는

‘아수나로’에 문제가 많다며 ‘아수나로 서울지부’를 떠났던 몇몇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는 딱히 ‘아수나로 서울지부’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문제가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 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여기에 어울리려나. 여튼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바뀔 수도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되며, 그냥 여기에 적응 못하는 사람이 나가는 편이 낫다.

나는 빈정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면 한 마리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아수나로는 ‘운동 단체’이다. 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지 않기에 얼핏 보기에 이기적인 것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수나로 서울지부를 떠난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문제가 무엇인지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다들 이에 실패한 것 같다. 나 또한 이 문제를 또렷이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사실 그들이 겪은 문제가 내가 겪는 문제와 비슷한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실무 중심주의’라거나 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단어 몇 개로 내가 겪는 문제와 비슷했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앞서 말했듯 이 문제가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해결하려 들어선 안 될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그 사람들과 내가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나는 (여태껏 그래왔듯) 가늘고 길게 활동하고 싶은데, 서울지부가 처해 있는 상황 탓인지 내가 (딱히 한 건 없지만)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탓인지, 서울지부 사람들은 나의 이런 방식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아 하는 듯 보인다.

글을 쓰다보니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내가 겪는 문제를 어쩌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마치 자본주의 하에서의 기업처럼 굴러가기 때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어의 특성상 또 다른 ‘실패’를 추가한 것일테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을 욕설 비슷하게 받아들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의미라던가 폄하하거나 뭐 그런 의미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세상도 아닌데 사회주의적으로 행동하다간 멸종하기 딱 좋다. 물론 아수나로를 혁명조직이나 코뮌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욕설이겠지만, 나에게 아수나로란 그냥 ‘시민 단체’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내가 겪는 문제란 명확해진다.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정말로 기업이라면, 나는 돈을 받으니까 문제를 겪는다 하더라도 (짤리기 전까진) 회사에 ‘출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기업이 아니고, 내게 돈을 주지 못한다.

물론 시민단체 활동은 대개 돈이 아니라 다른 가치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나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나는 느낀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건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이미 충분히 주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더 주려 하다간 그건 자살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가능한건 ‘덜 요구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1)(나처럼 받아야 하는게 많은 사람 말고) 조금 줘도 많이 일하는 헌신적인 활동가를 늘리기. 2) 지금의 헌신적인 활동가들에게 생계를 보장하고, 그 대신 더 많이 일하게 하기(이건 ‘더 주는 것’과 연결되는데, ‘자살행위’라고 아까 말했듯 지금 이건 불가능하다.) 둘 다 무척 ‘비인간적’인 것이고, 자본주의 하에서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받아야 하는게 많은 이유는 아마 내가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일테고, 내 성격이 그렇기 때문일 테다. 어찌되었건 내가 “원하는만큼 일하고(a), 원하는만큼 받고 싶다(b)”고 주장하는건 아수나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떠난 사람들은 대개 a와 b를 동시에 요구했(던 것 같)고, 나는 a만 요구하고자 하는데(가늘고 길게 활동) 아까 말했듯 서울지부 사람들은 나의 이런 방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좀 더 지켜보다가 정말 달가워하지 않는다는게 확인되면 나름의 선택을 할 생각이다.

그 선택지 중에는 아수나로를 아예 떠나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가능하면 그 최악의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활동했던 3년여의 시간 동안 아수나로 (부산지부)로부터 받은 것이 많고, 지금 내 삶에서 아수나로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꽤나 크다. 어쩌면 내가 지금 ‘주는 것 > 받는 것’이라고 느끼는 건 여태껏 ‘주는 것 < 받는 것’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산지부가 망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사실 내가 가늘고 길게 활동하려 하는 것을 서울지부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가늘고 길게 활동하는 것, 즉 아수나로가 나에게 ‘덜 요구하는 것’을 지금 당장 실현시키려면 앞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 제 3의 방법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3) (나를 제외한) 다른 활동가들이 아무런 추가적인 ‘받는 것’ 없이 더 많이 일하게 하기.

셋 다 ‘비인간적’이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2번(지금의 헌신적인 활동가들에게 생계를 보장하고, 그 대신 더 많이 일하게 하기)이 가장 나은 것 같고, 2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내 입장에서도 ‘활기’가 활동가들에 대한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데 별 의욕이 없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선택의 시간이 오기엔 좀 이른 것 같기 때문에. 사실 선택이라 해봐야 별 것 없겠지만.


시험기간이라며 바쁘다고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으면서 시험공부는 안하고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 있다. -_-

아수나로 서울지부에 느끼는”의 21개의 생각

  1. 음? 난 가늘고 길게라도 활동해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개 싫어하진 않음 ㅋㅋ
    그 사람들이 가늘고 길게 활동하려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건 싫어하지만. 헷갈리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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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난 공현은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 근데 그러고보니 블로그에 글 써봐야 너 말고는 볼 사람이 없네. -_-;;

      여튼 난 가늘고 길게 활동하고 싶어…. 내가 자청하기 전에는 나한테 일 주지 말았으면 좋겠어. 적당히 상황 보고 판단해서 자청하니까. 자청한 일은 제 때 잘 끝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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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도 요즘은 아수나로에(혹은 청소년인권운동에)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너무 적은 거 같아서 힘들기는 한데

    근데 내 생각에는 아수나로 서울지부 활동방식을 비판하며 나갔던 사람들 중 몇몇은, 단순히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줄 것을 요구한다’,가 아니라 ‘적게 주고 적게 받는’ 사람들은 그게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이 들고 중심부에서 밀려난 느낌이 드니까, 그렇지 않도록 적게 주든 많이 주든 많이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었던 것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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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그들이 “원하는만큼 일하고, 원하는만큼 받고 싶다”고 주장했던 것 같다고 쓴 것이 그 뜻.

      어찌되었건 내가 “원하는만큼 일하고(a), 원하는만큼 받고 싶다(b)”고 주장하는건 아수나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떠난 사람들은 대개 a와 b를 동시에 요구했(던 것 같)고, 나는 a만 요구하고자 하는데(가늘고 길게 활동) 아까 말했듯 서울지부 사람들은 나의 이런 방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원하는만큼 (적게) 일하고, 원하는만큼 (많이)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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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청하기 전에도 피엡이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추천할 수도 있지 않겠나 ㅋㅋㅋㅋ 물론 거부할 수야 있지만…

    글구 트윗에도 남겼지만, 혁명조직이라도 별 다를 건 없을 듯? 꼬뮌은 좀 다르겠으나… 나는 아수나로의 지향은 충분히 혁명적이니까 혁명조직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ㅋ 혁명조직 뭐 별거 없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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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 추천이야…. ㅎㅎ
      ‘꼭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 만들지만 않는다면야. -_-;;

      혁명조직 뭐 별 거 없지만,
      아수나로는 내 생각에 별로 혁명적이지 않음. ㅇㅇ
      (내 기준이 너무 높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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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블로그에 글 써봤자 공현 정도밖에 안 보는 게 맞는 듯.(난 어떻게 본 거지-_-?)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터놓고 얘기했으면(그것이 아무리 민감한 문제일지라도)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어.
    아수나로 서울지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현재 청소년운동이 처해 있는 상황, 청소년 운동의 위치 같은 구조적 혹은 외부적 문제와 함께 활동가 개개인에 대한 내부적 문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음.
    아수나로 서울지부에 대해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게 되겠지만, 분명 부질 없는 짓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음 이런 얘기는 뭔가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하면 술술 나올 것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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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나도 어쩌다 봤….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이런 글…<-

    만나서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게, 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나저나 어제 다산 자원활동가로 새로 들어온 분이 왠지 왠지 피엡이랑 닮았다능…<-
    근데 우선 전 피엡이랑 친해지고 싶다능…(!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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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난다님이 그렇게 유명했었던건가! (두둥)

      ‘그 난다님’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다산인권센터의 활동가인 난다님을 말하는 거라면 ‘그 난다님’이 맞아.

      06.25 16:20 덧붙임.
      버블 시스터즈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멤버 중에 ‘난다’라는 이름을 쓰는 분이 있네. 이 분을 말하는거라면 ‘그 난다님’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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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수나로 회원이기도하며
    사회당 청소년 당원인데..

    그저 사회당 메타블로거에 등록되어 있으신게 놀라울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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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수나로 회원 중에 사회당 지지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

      저는 사회당 당원은 아닌데, 메타블로거에 등록해달라고 하니 등록시켜주시더군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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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내부게에 공현 님이 올려놓으셔서 보게된 건데요.
    왠지 ”아수나로 서울지부’를 떠났던 몇몇 사람들의 심정’이 이 글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경제적 문제 관련이 되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피엡 님이 생각하신 ‘서울 지부가 고칠 수 없는 문제’이지만’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는 문제는 시민 단체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사이의 경제적 문제인가요?(주고 받고의 문제)

    글 잘 읽었어요^^ 공현 님이 올려주신 이유를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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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아뇨.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아수나로와 같은 시민단체의 ‘본질적 목표’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수나로가 청소년인권행동단체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건 사실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죠.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잘 안 오실텐데, 아수나로 서울지부를 떠났던 사람들이 나머지 서울지부 사람들과 겪었던 갈등에 대해 좀 더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는 눈들이 많아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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