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퍼포먼스, 규환지옥과 대규환지옥

두부를 먹고 있는 난다 활동가. 뒤로는 피켓이 보인다.

“졸업은 석방…출소 기념해 두부 먹어요”

예상했던대로 많은 악플. 이 퍼포먼스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오늘 수원에서 퍼포먼스를 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느낀다. 곧 있을 서울 퍼포먼스도 기사화 되면 얼마나 욕을 먹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부산은 다음 주나 되어야 퍼포먼스를 해서 욕을 먹긴 커녕 기사화도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사회에 나와보면 학교가 얼마나 좋았는지 알 거다”라는 덧글이 참 많은데, 맞는 말이다. 아수나로 전국총회에서 두부 퍼포먼스 논의를 할 때도 “두부를 먹고 나서는 또 다른 감옥에 갇히는 식으로 퍼포먼스 해보는 거야”라고 누군가 의견을 냈었다. 의미 전달이 불명확해질까봐 뺐지만.

왜 힘든 사람끼리 누가 더 힘든가를 경쟁해야 하는가? 왜 힘든 사람끼리 서로 헐뜯고 싸워야 하는가? 규환지옥 ((불교의 팔열지옥 중 하나로, ‘고통을 못 견디어 원망과 슬픈 고함이 절로 나오는 지옥’이라고 한다.))이나 대규환지옥 ((불교의 팔열지옥 중 하나로, ‘지독한 고통에 못견디어 절규하며 통곡을 터뜨리게 되는 지옥’이라고 한다.))이나 지옥은 지옥이다. 규환지옥보다 대규환지옥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해보아야 무슨 소용일지. 그러한 태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옥을 영속시킬 뿐이다.

두부 퍼포먼스가 좀 도발적이라서 이런 욕을 먹는다고 보기는 뭣한게, 아수나로가 한 대외활동에서 욕을 안 먹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서현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학교 가는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퍼포먼스라면 욕을 안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수나로는 그런 청소년을 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읽어보고자 하는 분은 촛불소녀, ‘도전’과 ‘희석’의 줄다리기를 참고하시길.)) 아수나로가 욕을 먹는 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두부 퍼포먼스 자체가 어떠했느냐와는 관계 없이.

하지만, 그래도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규환지옥보다 대규환지옥이 더 고통스럽다고 해서, 규환지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꼭 그렇게 헐뜯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해도 괜찮다면, (규환지옥은 아니더라도) 대규환지옥을 없애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평소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있다면, 그 곳에 월 5,000원 정도 기부하는 정도라도. 그런 단체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옥을 벗어날 궁리를 하긴 커녕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슬프다.

두부 퍼포먼스, 규환지옥과 대규환지옥”의 4개의 생각

  1. 댓글보고 정말 많이 놀랐어요ㅠ.ㅠ악플도 악플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경쟁이나 사회에서 받는 힘듬을 너무 당연시하게 여기고 순응하고 있었구나 랄까..근데 한 편으로 퍼포먼스에 대해 반성할 기회라고도 생각되더라구요. 모두가 학교가 압박 당하고 힘들다는 걸 알지만, 우리 퍼포먼스에는 인정 못했잖아요. 아마 전달이 덜 되서라고 생각되요. 피엡말처럼. 서운하지만, 우리가 좀 더 전달하고 더 생각할 여지가 있는 퍼포먼스를 했더라면 싶어요 (서현같은 예쁜 소녀가 될지라도? 가능할ㄲ..근데 피엡은 서현 팬? ㅎㅎ)
    으컹컹 담에는 모든 사람들이 많이 끄덕일 수 있는 생각할 여지가 많은 그러면서도 궁금해지는 퍼포먼스 해봐요 ! 그것보다 사람들이 “더 힘든 사회로 나와바라” 라고 조롱보단 “이런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힘을 냅시다” 라는 생각을 모두가 한다면 더 행복하겟지만 흐컿읔헝흥ㅋㅎ어흫ㅇ..(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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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비청소년들의 입맛에 맞게만 활동할 수는 없다고 말하려고 했던 건데요;;;

      비청소년들은 서현 같이 생긴 ‘소녀’가 눈물을 글썽이는 퍼포먼스 정도만을 바라겠죠. 그런 식으로 청소년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에 반대해요. 보호는 동시에 억압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덧글 중에 “그렇게 학교가 마음에 안 들면 자퇴하고 가출해서 혼자 돈 벌어 살던가”라는 식의 덧글은 그나마 좀 나은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청소년들이 그렇게 살 수 없는 사회 환경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그런 말을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폭력적이지만. (그런데 난다 님은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시지 않은지…. 쿨럭.)

      굳이 ‘서현’을 택한 것은, 소녀시대 멤버 중에 91년생은 이 사람 밖에 없기 때문이었어요.

      솔직히 두부 퍼포먼스가 부적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악플을 단 사람들은 우리가 뭘 하든 악플을 달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에서 보니, 비청소년들 중에서도 ‘두부 퍼포먼스’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되더군요. 뭐, 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그걸 하는게 더 좋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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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적절하단 뜻이 아니엇는데..ㅠ_ㅠ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어떤 자세여야할지 생각이 명확하지 않은 채 받아들여서 그런가봐요. 피엡님 댓글 보고 생각이 좀 짧았단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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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통’이라는게 가능할까요.
      아니, 가능하더라도 바람직할까요.

      꼭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과의 소통을 말하는게 아니라….

      요즘 그런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소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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