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인’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

청소년에 씌워진 미성년이라는 굴레, 시험성적에 따라 정제되고 분류될 인적자원이라는 규정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인간 선언 청소년 자신의 눈으로, 한국 교육의 현실과 청소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위선에 대해 가감없이 통렬하게 고발하고 폭로! 그리고 발랄한 상상력!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줄여서 <머피인>…. (웃음)

먼저 자랑질(?)부터.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들이 직접 쓴 최초의 청소년인권 이야기”이다. 물론 여태껏 ‘청소년들이 쓴 책’이나, ‘청소년들에 관해 쓴 책’은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싶을 만큼 청소년인권 사안에 대해 인권적 관점으로 접근한 책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배경내 씨가 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가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책이 없었다.

청소년을 ‘주체’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청소년들은 ‘완성되지 못한 인간’으로 취급받아왔기에,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그것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폭력교사를 신고한 청소년,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 등등….) 청소년의 인권이 억압받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비청소년들 또한, 청소년을 ‘살려줘야 할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받는 억압을 없앨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여태껏 청소년인권에 관한 책이 거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머피인>은 의미가 크다.

자랑질은 여기까지. (웃음) 사실 부족한 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이 책을 출판하기 전부터 메이데이 출판사를 알고 있었는데, 메이데이에서 나온 책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본 책 중에서 제일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나 싶다. (혹평하는 피엡) 만약 이 책이 많이 팔리고 개정판이 나올 수 있게 된다면(쿨럭), 개정판에서는 좀 매끈하게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 내용이 좀 강하다. 공현은 ‘불온하다’고 표현하던데, 사실 우리 스스로 그런 평가를 하기에는 좀 민망하지 않나…. (웃음)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야, 이 책을 쓰면서 의도한 것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만, 한가지 염려되는 건, 뭐라고 해야 할까, 글쓴이 혼자서 너무 일찍 끓어버리는 글이 좀 있는 것 같다는 것?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 서서히 익어가는 식으로 글이 진행되면 좋겠는데, 혼자서 너무 일찍 끓어버리다 보니 그냥 읽다가 덮어버리는 식으로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좀 든다. 노파심 이려나.

반면에, 내가 쓴 부분인 ‘청소년의 눈으로 입시경쟁 바라보기’는 너무 미지근하게 쓰지 않았나 싶다. 비판도 미지근하고, 대안(?)도 미지근하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좀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고2 겨울방학 때 쓴 글이라, 앞으로 1년간 입시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한 비판을 한다는 게 스스로 찔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대부분 재미있어한다. 사라고 하면 대개는 ‘너무 비싸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그냥 하는 말인 듯하지만. 한 가지 슬픈 건, 몇몇 사람들이 ‘수시 쓸 때 도움될 테니 자기소개서에 넣어보라’고 말하는 것. 나는 입시경쟁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비청소년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청소년인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참 슬프다. 입시경쟁을 비판하는 책마저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는데 도움되는 것’으로 수렴되는 현실? 대체로 보수적인 교대 교수들이 이런 책을 ‘퍽 좋아하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교대에 꼭 가고 싶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고 싶진 않다.

동생이 내 글을 읽다가, 얼마 전에 집 주변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한 명이 성적 때문에 자살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이 그런 끔찍한 현실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머피인’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의 10개의 생각

  1. 읽어보고 싶네요.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되었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지금과, 본질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미안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다를 것 없는 고민, 갈등, 어려움을 그대로 남긴 것 같아, 조금 빨리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서도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책 내신 것, 축하합니다. 서울에 가게 되면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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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분명 큰 변화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지요.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게 생겨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하지만, 그저 걸어가야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좋아질테니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가 아니라,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저 걸을 뿐’이라고 할까요.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하더라도 크게 상심해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보는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세월이 지나도 다를 것 없는 고민, 갈등, 어려움”은 아닐겁니다. 책의 1·2부는 ‘자주 듣는 이야기’이겠지만, 3·4부에는 좀 ‘낯선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새로운 고민과 갈등의 출현이라고 해야할까요? ‘새로운’ 고민과 갈등이라기보다는, “예전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던 ‘고민’과 ‘갈등’들이 이제야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더 많은 고민과 갈등들이 눈에 띄게 되었기에, 더 골치아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세상이 나아진 것’이라고 봅니다. 분명, 예전에도 존재했던 것이니까요. 단지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3·4부에는 어느정도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불편하게 생각할만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혹여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양념”으로 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camino님께 드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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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난 자존감이 높아서 자뻑도 할 수 있어 민망하더라도 후후후후후후후 -_-

    책이 확실히 매끄럽지 않지. 편집했던 입장에서 말하자면 참, 편집-구성 상으로 좀 통일성을 갖추게 만들고 싶었지만 ㅠ 이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 공저라는 게 정말 어렵구나 싶기도. 아님 처음부터 형식을 좀 통일해서 제시하고 써달라 했어야 했나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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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혹평을 미안해 할 이유는 없지; 사실인데-_-
    저 정도 혹평은 오히려 솔직함이라는 의미에서 좋은 양념이랄까나.

    난 높임법보다는 다른 형식들이 더 눈에 걸리긴 하던데 ㅎㅎ 높임법은 필자의 개성이라고 봐주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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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스가 첨부되어 있나 안 되어 있나.
    글의 구성이나 순서라거나.
    예컨대 학생회 글과 학생간 폭력 글에는 글이 2개씩 있는 셈 결국.
    노동 글 같은 거엔 박스가 들어가 있고.
    이런 걸 좀 통일하고 싶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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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글 순서 건은 출판사와 대충 상의해서 정한 거긴 한데 초안을 출판사에서 보냈고 그걸 검토했었지. 검토해달라고 아수나로카페에 2월달인가에 올렸었는데? ㅋㅋ 흠… 내가 말한 순서는 글들 사이의 순서가 아니라, 글 안에서 논지 전개의 순서랄까 그런 거…. (애초에 순서를 따지기 시작하면 1부 2부 3부 4부 나누는 문제부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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