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다

인권에서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있다”는 명제만큼 오해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인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의무부터 다하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이 명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다”는 말은 간단히 해석하면 “권리를 가진 주체가 있으면 그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의무를 가진 주체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권리의 주체와 의무의 주체는 서로 다른 것이다.

‘두발자유 문제’에서 예를 들어보자. 많은 교사와 학교관리자들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두발자유를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학생으로서의 의무’라는 게 그 실체가 모호한데다 그 양이 무한정 늘어난다는 특성이 있다는 건 차치하더라도(웃음), 여기서 ‘의무를 다해야’ 할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와 학교관리자이다.

학생이 ‘자신의 두발형태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면, 교사와 학교관리자에게는 그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두발규제를 하지 않는’ (소극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생이 ‘두발자유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 교사와 학교관리자는 ‘두발규제하지 않을 의무’를 갖게 된다. 여기서 그 학생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든 다하지 않았든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별개의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혹은 군 복무를 거부한다고 해서,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 등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가 그 사람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간단히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난 것일까? 아마 헌법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같은 장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다”의 8개의 생각

  1. 적절한 사유없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을 받죠. 마찬가지로 아무런 이유없이 군 복무를 거절하면 현재는 역시 처벌을 받습니다. 처벌을 받는 다는 것은 행할 수 있는 권리의 일부를 제한당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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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군 복무라는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처벌로 ‘신체의 자유권’이 몇 년간 제한되겠죠. (징역…) 하지만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방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죠. 권리의 제한과 권리의 박탈은 서로 다른 문제이죠. (이런 측면에서 ‘사형제 폐지’와 ‘무기징역 폐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에요. 스스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겠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군복무를 거부했으니 전쟁이 나면 보호받을 권리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으니까요. 그게 ‘왜 말이 안 되는지’ 설명하려고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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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생의 의무는 무엇일까요? 전 그걸 잘 모르겠어요. 공부하는게 의무가 아닌데…본인이 선택하는것이어야 하는데… 의무를 안지켰으니 벌받아야 한다라는 식. 학생이면 머리가 짧아야 하는 이유를 30대가 되어서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짧게 머리 짜르면, 더 신경쓰이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첫 문장에서의 학생의 의무는, 본인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과정에서 타인의 생각도 들을 수 있는 마음도 생기게 되면 더 좋겠죠…

    한국에서의 교육방침은 그런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학생의 의무를 잘 지키지 못하게 흐르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피엡님 글을 보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것 같아 어떨땐 참 부럽습니다. 요즘 경제가 안좋아 전세계적으로 우울한 나날들이지만, 뭐…5년~7년주기로 항상 이래왔으니까…^^ 세상은 돌고 돌고..그런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은 봄이겠네요. 여긴 아직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고, 학생땐 잠잘시간 잘 지키는게 건강 챙기는 길이라 믿습니다. 학생시절을 오~래 보낸결과 공부 오~래한다고 잘하는건 아니더라구요… ㅎㅎㅎ

    추신 : 이메일 주소 3자~20자로 입력하라는데…19자로 입력해도 계속 에러나면서 글이 작성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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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빵발님이 말씀하신 '학생의 의무'는 '인간의 의무'가 아닐까 싶어요. 정확히 말하면,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의무'가 아니라, '도덕적 당위' 정도가 되려나요?

      이 글에서 말하는 '권리와 의무'는 '법적 권리와 의무'에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실 '학생의 의무' 같은 건 없죠. ㅎㅎ

      이메일 주소 입력에서도 문제가 생기나보네요. 닉네임 입력도 세 자 이상 제한이 있어서, intensedebate(덧글 시스템)을 쓰지 말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생각중입니다.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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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런 이유’ 없이 거부하지는 않는데; 고민되네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여자이기 때문에 딱 한가지 좋은 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뿐만이라는 저희 선생님 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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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태까지 봐 왔던 피엡님의 글을 통해서
    어쩌면 피엡님도 ‘병역 거부’를 고민하고 계시지 않을지 하는 걱정(?)도 들고 있습니다 ㅎㅎ

    저는, 제가 지금 대학을 가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학을 입대연기일의 장치로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 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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