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폭파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남자가 가리키는 저 멀리, 거대한 빌딩이 보였다. 뾰족하고 커다랗게 솟은 빌딩.
“나의 공주님,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거에요. 저 거대하고 높은 빌딩…. 당신과 나, 우리 둘만을 위한 궁전이죠.”

여자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나는 저런 빌딩을 원하지 않아요. 예전에도 말했잖아요. 나는, 당신이 아니라, 숲 속 동굴에 사는 그 사람이 좋다고요. 미안해요.”

“아니, 변변한 집도 없는 그 사람이 대체 뭐가 좋다는 거죠?”
남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따지듯 물었다.

“말했잖아요. 집이 없어서 좋다고요!”
여자는 소리지르듯 말하곤 떠나 버렸다.

다음날, 남자는 다시 여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잘 봐요.”

남자는 버튼을 눌렀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 빌딩 따위, 얼마든지 폭파시켜 버릴 수 있어요. 이제 나도 집이 없어졌으니,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죠?”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군요. 당신은 여전히 저 빌딩에 집착하고 있어요.”


이것은 반성의 은유.

Gravatar

여러 사람들의 gravatar들

el noveno에서는 덧글란에 Gravatar를 지원한다. Gravatar(그라바타)는 이메일 주소를 통해 개인 아이콘을 출력시키는 웹 아바타 서비스. 이 블로그에 덧글을 쓸 때 Gravatar를 만들어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Gravatar를 출력해준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WordPress등 여러 설치형 블로그에서 Gravatar를 지원하니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만드는 방법은 일모리님의 글을 참조하시길.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Necking

기린 두 마리가 목을 부딪히며 싸우고 있다.

Nick Brandt, Two Giraffes Battling in Sun, 2006

기린의 넥킹(necking)을 볼 때마다, 나는 농담삼아 ‘나는 비폭력주의자는 절대로 되지 못하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웃음) 이들은 싸우는 것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넥킹이 싸움뿐만 아니라 ‘애정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Taxi 3

다니엘(사미 나세리)이 설산에 서 있는 택시에서 내리고 있다

몇 달 전에 한 친구가 추천해줬던 게 생각나 본 영화.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공포 영화였다. 보는 내내 비명을 지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어떻게 이렇게 끔찍하게 못 만들 수가 있는 거지? 그냥 도중에 꺼버릴까 하다가, 영화든 책이든 끝까지 다 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끝까지 봤는데,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꾸준하게 엉망이었다. 다 봤으니 ‘제대로 된 평가’를 한번 해보자. “이렇게 돈 들여서 이 정도로 끔찍하기도 쉽지 않죠.” 찌그러진 차들이 정말 아까운 영화였다.

이거 추천해준 친구는 참…. 설마 그 친구가 나를 엿먹이려고 했던 건 아니리라 믿고 싶고, 그냥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취향이 있다고 생각하련다. 그래도 좀 따져야 하지 않겠나 싶어 휴대전화 주소록을 뒤져봤는데…. 아놔, 이 친구 전화번호가 대체 어디 간 거지?

The Navigator

국자로 달걀을 뜨고 있는 버스터 키튼

열세 번째로 본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영화, 네비게이터. 아니, 며칠 전만 해도 고작 두 편이었는데 어느새? (웃음)

음…. 그럭저럭 볼만했다. 키튼의 다른 영화, <제너럴>이나 <일곱 번의 기회>보다는 별로였지만, <전문학교>보다는 괜찮았다고나 할까? (어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느 정도 괜찮은 것인지 알 수가 있나. =_=)

다만 좀 아쉬운 건, 식인종들이 마구 쫓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잠수함이 등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린다는 것. 갑자기 잠수함이 때마침 바다 위로 올라올 만한 이유도 전혀 없는 데 말이다. 이런 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고 하던가?
배는 망망대해를 계속 흘러가기만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인종들까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로 문제가 점점 꼬여가는 걸 보면서, 키튼이 어떻게 이 문제들을 멋지게 풀어나갈지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잠수함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리니 좀 허탈했다. 원래 키튼의 영화에 우연적인 요소가 많은데다, 그것을 통해 웃음을 주는 면도 많긴 하지만, 여태까지 봤던 키튼의 영화 중에선 ‘문제의 해결’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버리는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쉽다.

Sherlock Jr.

연미복을 입고 서 있는 버스터 키튼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보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유쾌한 답. 셜록 주니어.

“정말 오래간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화를 봤다.”
– 고작 두 편 보고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팬이 되기로 했다는 P모씨.

Our Hospitality

캔필드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윌리 맥케이(버스터 키튼).

처음으로 본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영화, 우리의 환대(혹은, 손님 접대법).

요즘 들어 코미디를 보고 웃기가 참 어렵다. 스탠딩 코미디 같은 경우, 왜들 그렇게 자신보다 못난 사람, 약한 사람을 깎아내리며 억지웃음을 주기에 바쁜 것인지. 물론 그렇지 않은 코미디언들이 더 많지만, 몇몇 소수의 행각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본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인 채 TV를 꺼버린 적도 많으니, 원.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어쨌든 내 몸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고 아우성인데 어쩌겠는가. 슬랩스틱 코미디는 좀 나은 편이지만, 나를 만족하게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습다기보다는 안쓰럽고, 재미있다기보다는 추하다고나 할까.

잡설이 길었는데, 버스터 키튼의 영화는 한 마디로 ‘최근에 봤던 코미디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여태껏’이라는 수식어 대신 ‘최근에’를 굳이 붙인 이유는, 찰리 채플린과 좀 더 비교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웃음)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는 곳에서 영화를 봤던 탓에, 웃음을 참느라고 고생을…. 자꾸 쿡쿡대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

초반부의 20분 정도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그 이후 키튼이 보여주는 ‘아크로바틱 개그’는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버스터 키튼의 스턴트 묘기에 대한 ‘극찬’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정말 많이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나질 않는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인데, 도대체 저런 장면을 어떻게 찍은 걸까? 설마 직접 했단 말이야?” 영화 후반부, 폭포에서의 연기는 아직도 직접 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우리의 환대>는 키튼의 다른 작품에 비해 스턴트 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라는데, 그 말을 들으니 다른 작품도 정말 기대된다. 몇 주 내로 그가 만든 영화를 다 보게 될 것 같다. 방학 보충수업이 끝나고서 찾아오는, 1주일간의 휴식기간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