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읽은/들은/본 것들

지난해 별이님이 쓴 포스트, 올해 읽은 몇가지 것들을 보고 나도 적어볼까 해서 정리를 해봤더니, 그해 읽었던 책이 30권도 채 되지 않아 좌절했었다.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은 해라고 자신하던 해였는데…. 그래서 2008년에는, ‘책 1주에 1권 읽기’, 즉 ’52권의 책 읽기’를 목표로 삼았더랬다. 마음같아선 100권 정도 읽고 싶었지만….

올해 읽은 책, 들은 음악, 본 영화를 적어둔다. 새해 목표를 달성한 걸 자랑하고 싶어서…. 적고 보니 좀 더 많이 읽고/듣고/봤었으면 좋았을텐데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

이건 절대로 추천 목록이 아니다. 개중에는 이런 책을 읽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설사약(하제)을 사서 몽땅 다 입에 털어넣고 화장실에 앉아 있는게 낫겠다 싶은 책들도 있다. (웃음) 추천 목록은 아래에 따로 적어두었다. 목록의 순서는 읽은/들은/본 순서이며, 추천 목록 또한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본 책/영화만 적어두었다.

2008년 올해 읽은 책

  1. 『경쟁의 한계』, 리스본 그룹, 바다출판사
  2. 『서울대는 왜 있는 집 자녀만 다닐까』, 권선우, 바다출판사
  3. 『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인물과사상사
  4. 『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엘 피스곤, 부광
  5.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장하준/지승호, 시대의창
  6. 『21세기 게릴라의 전설, 마르코스』, 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마이테 리코, 휴머니스트
  7. 『괴짜경제학』, 스티븐 더브너/스티븐 레빗, 웅진지식하우스
  8. 『개혁의 덫』, 장하준, 부키
  9.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최세진, 메이데이
  10. 『코뮨주의 선언』, 고병권/박정수/이진경/정정훈/진은영/최진석, 교양인
  11. 『신문 읽기의 혁명』, 손석춘, 개마고원
  12. 『9월이여, 오라』, 아룬다티 로이, 녹색평론사
  13.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그린비
  14. 『평화의 얼굴』, 김두식, 교양인
  15. 『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청어람미디어
  16. 『Is It a Choice?』, 에릭 마커스, 박영률출판사
  17. 『고정관념Q 동성애』, 공자그 드 라로크, 웅진지식하우스
  18.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문이당
  19.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 레이몽 부동, 기파랑
  20.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21. 『섹스북』, 귄터 아멘트, 박영률출판사
  22.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에코의서재
  23.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교양인
  24. 『소문의 벽』, 이청준, 휴이넘
  25.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 민음사
  26.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소담출판사
  27.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28.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문학과지성사
  29. 『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기파랑
  30.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낸시 가든, 보물창고
  31. 『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上)』, 박지원, 그린비
  32. 『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데이비드 바사미언, 시대의창
  33. 『대한민국은 군대다』, 권인숙, 청년사
  3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홍기빈, 녹색평론사
  35. 『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下)』, 박지원, 그린비
  36.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 토머스 L. 프리드먼, 창해
  37.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에리히 프롬, 에코의서재
  38.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러시 W. 도지어 주니어, 사이언스북스
  39. 『대한민국 욕망공화국』, 신승철, 해피스토리
  40. 『대한민국 사용후기』, 스콧 버거슨, 갤리온
  41. 『박노자의 만감일기』, 박노자, 인물과사상사
  42. 『신은 위대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알마
  43. 『피해의식의 심리학』, 야야 헤릅스트, 양문
  44.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컬린 토머스, 북스코프
  45.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다우드 쿠탑/박노자/오지혜/정문태/하종강/한홍구/홍세화, 한겨레출판
  4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한얼미디어
  47. 『한국의 FTA 전략』, 김현진/박번순/이수희/전영재/최세균, 삼성경제연구소
  48.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녹색평론사
  49.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그린비
  50.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2』, 토머스 L. 프리드먼, 창해
  51.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바다출판사
  52.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그린비
  53. 『전쟁과 평화, 두 얼굴의 역사』, 실비 보시에, 푸른숲
  54.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레디앙
  55.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하종강, 후마니타스
  56. 『인권의 풍경』, 조효제, 교양인
  57. 『다시, 마을이다』, 조한혜정, 또하나의문화
  58. 『누가 철학을 할 것인가?』, 소흥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59.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강양구, 뿌리와이파리
  60. 『인권의 문법』, 조효제, 후마니타스
  61. 『바리데기』, 황석영, 창비
  62. 『청갈색책』,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린비
  63.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김용규, 웅진지식하우스
  6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소담출판사
  65.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책이있는마을
  66. 『회의주의자 사전』, 로버트 토드 캐롤, 잎파랑이
  67.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고미숙/박노자/아노아르 후세인/정재승/정태인/정희진/진중권/하종강, 한겨레출판
  68.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삼인
  69. 『1%의 대한민국』, 강수돌/김진숙/배경내/윤구병/이철기/한홍구, 철수와영희
  70. 『나의 권리를 말한다』, 전대원, 뜨인돌
  71.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강수돌, 생각의나무
  72. 『김신명숙의 선택』, 김신명숙, 이프(if)
  73.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휴머니스트
  74. 『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휴머니스트
  75. 『미학 오디세이 3』, 진중권, 휴머니스트
  76.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이진경, 그린비
  77. 『들뢰즈로 말할 수 있는 7가지 문제들』, 신지영, 그린비

추천 도서 목록

추천 도서 목록 중 일부
2008년에 나온 책들이 아니라, 내가 2008년에 읽은 책들 중에 추천하는 목록이다. (웃음)

  • 『9월이여, 오라』, 아룬다티 로이, 녹색평론사
  •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그린비
  • 『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청어람미디어
  • 『섹스북』, 귄터 아멘트, 박영률출판사
  • 『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박지원, 그린비
  •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홍기빈, 녹색평론사
  •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토머스 L. 프리드먼, 창해
  •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그린비
  •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그린비
  •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하종강, 후마니타스
  • 『인권의 문법』, 조효제, 후마니타스
  •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삼인
  •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강수돌, 생각의나무
  •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휴머니스트
  •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이진경, 그린비

2008년 올해 들은 음악

  1. The Quiett – The Lost Me
  2. Windy City – Countryman’s Vibration
  3. m-flo – Astromantic
  4. Buena Vista Social Club – Buena Vista Social Club
  5. Tahiti 80 – Puzzle
  6. 소녀시대 – 소녀시대
  7.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8. Minos – Ugly Talkin’
  9. Estraziq Beats – Loops Within Scenery
  10. Clay Aiken – Measure Of A Man
  11. Big Bang – Hot Issue
  12. Big Bang – For The World
  13.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14. Lucid Fall – 국경의 밤
  15. Epik High – Pieces, Part One
  16. Daishi Dance – Melodies Melodies
  17. Nujabes – Hydeout Productions 2nd Collection
  18. Peppertones – New Standard
  19. m-flo – Cosmicolor
  20. Speech – Speech
  21. The Procussions – Up All Night
  22. Mika – Life In Cartoon Motion
  23. m-flo – Beat Space Nine
  24. Hocus Pocus – Place 54
  25. Elemental Zazen – The Glass Should Be Full
  26. Black Eyed Peas – Monkey Business
  27. Black Eyed Peas – Bridging The Gap
  28. 이승기 – 여행을 떠나요
  29. Hans Zimmer – Kung Fu Panda
  30. 배치기 – Out Of Control
  31. 김진표 – Galanty Show
  32. Buga Kingz – The Menu
  33. Big Bang – With U
  34. Daishi Dance – The ジブリ Set
  35. 椎名林檎 – りんごのうた
  36. Deb – Parallel Moons
  37. Chemistry – All The Best
  38. Various Artists – Tokyo Bossa Nova: East
  39. Yelle – Pop Up
  40. Wonder Girls – So Hot
  41. Big Bang – Stand Up
  42. Cut Copy – In Ghost Colours
  43. Coldplay – Viva La Vida
  44. British Sea Power – Do You Like Rock Music?
  45. Black Mountain – In the Future
  46. Between the Buried and Me – Colors
  47. Beach House – Devotion
  48. Alcest – Souvenirs d’Un Autre Monde
  49. Air France – No Way Down
  50. MC몽 – Show’s Just Begun
  51. Humming Urban Stereo – Very Very Nice And Short Cake
  52. Humming Urban Stereo – Baby Love
  53. Dynamic Duo – Last Days
  54. Wonder Girls – Trilogy
  55. Ne-Yo – Year of the Gentleman
  56. Alex – My Vintage Romance
  57. CSS – Cansei de Ser Sexy
  58. Gatas Parlament – Kidsa Har Alltid Rett
  59. W & Whale – Hardboiled
  60. TBNY – Hi Side-A
  61.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62. Epik High – Lovescream
  63. Britney Spears – Womanizer
  64.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65.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66. 3호선 버터플라이 – Time Table
  67. Lisa Ono – Dans Mon Île
  68. TLC – CrazySexyCool
  69. Kanye West – Graduation
  70. John Legend – Evolver
  71. Akon – Konvicted
  72. P-Type – The Vintage
  73. Humming Urban Stereo – XXXX
  74. House Rulez – Star House City
  75. Clazziquai – Metrotronics
  76. Big Bang – Remember
  77. 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추천 음악 목록

추천 음악 목록 중 일부
책과 마찬가지로, 2008년에 내가 들은 음악 중에서 추천.

  • Windy City – Countryman’s Vibration
  • m-flo – Astromantic
  • Estraziq Beats – Loops Within Scenery
  •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 Daishi Dance – Melodies Melodies
  • Peppertones – New Standard
  • Hocus Pocus – Place 54
  • 배치기 – Out Of Control
  • Daishi Dance – The ジブリ Set
  • Deb – Parallel Moons
  • Air France – No Way Down
  • CSS – Cansei de Ser Sexy
  • W & Whale – Hardboiled
  •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 3호선 버터플라이 – Time Table
  • John Legend – Evolver
  • P-Type – The Vintage
  • Humming Urban Stereo – XXXX
  • House Rulez – Star House City
  • 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2008년 올해 본 영화

  1. 심슨가족, 더 무비
  2. 붉은 돼지
  3. 69 식스티 나인
  4. 에이 아이
  5. 페르세폴리스
  6. 쿵푸 팬더
  7. 시간을 달리는 소녀
  8. 몽상가들
  9. 소년 감독
  10. 은하해방전선

추천 영화 목록

추천 영화 목록 중 일부
본 영화가 너무 적어서…. (웃음)

  • 69 식스티 나인
  • 에이 아이
  • 페르세폴리스
  • 몽상가들
  • 은하해방전선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언론노조 총파업 기자회견 사진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신문과 방송의 겸영 등 통합이 시대의 대세라면 그럴수록 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2, 3개 회사가 사회의 언로를 장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싶다.

Johannes Studinger, EURO-MEI Deputy Director

오로지 거대자본의 논리만이 울려퍼지는 세상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지지한다. 우리에겐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들뢰즈로 말할 수 있는 7가지 문제들

“누군가 내게 반론을 제기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래요, 그래, 자, 다른 것으로 넘어갑시다”라고요. 반론으로는 이제껏 아무 소득도 없었답니다. 일반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벗어나는 것이죠.”

들뢰즈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그의 글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나에게 탈출구를 선사해 주었다. “그래요, 그래, 자, 다른 것으로 넘어갑시다”라고 말하고 싶은 나의 욕구가 정당하다는 종류의 탈출구 말이다.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면서도, 또는 진지한 토론을 할 때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잘’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잘 대답하고 싶은 욕구보다는 이와 같이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많았다. “그래요, 그래, 자, 다른 것으로 넘어갑시다”라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내가 무책임하거나 회피성 인간인가 하는 자책을 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들뢰즈는 정말 나에게는 시원한 폭포수 같았다. 내가 위와 같은 말을 하고 싶었던 경우는 이랬다. 질문을 하는 자와 대답을 하는 자가 모두 자기의 질문과 대답에서 맴돌고 있거나, 질문과 대답의 과정이 모두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거나, 아주 나쁠 때는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질문이 본질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거나, 우리로 하여금 질문이 전제하는 방식의 사유를 강요하는 경우. 이 모든 포획망으로부터 빠져나가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가르쳐 준 것이 들뢰즈이다. 들뢰즈는 심지어 이런 이야기도 한다: 토론이란 건 전혀 필요없습니다. 이해되어야 할 것은 이미 이해되었고, 이해되지 못할 것은 토론을 해도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할 때면 들뢰즈가 소통에 관한 한 아주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앞에서 두 가지 질문을 다룬 바 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물음과 “젊은이들에게 검술 수업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소크라테스의 후예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선 ‘존중’과 ‘용기’가 무엇인지 알야야 했기 때문에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불확실성 자체를 혐오하거나 두려워했던 플라톤의 후예들은 ‘이데아’, ‘원칙’ 또는 ‘법칙’과 같은 어떤 확실한 지점을 상정해 놓고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에 이르렀다. 들뢰즈에 따른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원칙’과 ‘법칙’이 허구라는 것, 또는 적어도 이차적이라는 것을 보았고, 이런 질문이 그 자체로 이미 현실로부터 너무 멀고 현실에 비해 너무 헐거운 ‘일반성’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개별 사건들은 사건들마다 고유하기 때문에 비슷한 사건들끼리 모아 놓고 그것을 일반화시켜 그에 대한 일괄적인 질문을 만들거나 대답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일반화된 질문에는 이미 이 질문을 하게 만든 구체적인 사건의 ‘의미’ 또는 ‘진실’은 빠져 있다. ‘존중’이라는 일반화된 원리는 각 사건, 각 존재, 각 삶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비표상적 의미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 이 의미를 각 순간 간파한다면 바로 그 사건이 요구하는 가장 정확한 행동이 무엇인지 그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원칙도 제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무원칙의 원칙이 사실은 가장 엄격한 삶의 원칙일 수 있다는 것을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상 어떤 맹목적인 원칙을 세워 놓고 이것만을 따르는 것이 오히려 쉽고 또 안락하기 때문이다. 각 순간마다 그 의미를 제대로 보아야만 한다면, 그 순간이 보여 주는 견디기 어려운 진실을 외면할 수 없고, 또 그 순간이 요구하는 정확한 행동을 마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지영

책을 펼쳐든 순간, 사이다를 한 잔 마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시원한 폭포수’를 본 느낌?

몇 달간 나를 괴롭혀 오던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는 듯. 솔직히 말해서,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웃음) 넓고 깊으며, 나에게는 정말이지 난해한 세계에 질려버리려 하다가도, 가끔씩 던져지는 시원함 때문에 계속 읽고 있다.

René Magritte

밤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실루엣 속에 낮 하늘이 들어 있다.

René Magritte, Le Retour, 1940

르네 마그리뜨의 ‘귀환’(Le Retour).

나는 그림을 정말 못 그려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그린 그림이 “이렇게 성의없이 그리면 되느냐”는 미술 선생님의 타박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웃음),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품은 몇 있는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개는 그 작품이 누가 그린 것인지도 잘 몰랐더랬다. 그냥, “아, 좋구나….” (웃음) 중학교 생활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학교에서 단체로 갔던 인상파 화가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누가 그린 것인지 정도는 기억해두게 되었다. 예전에 좋아하던 그림들이 누가 그린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그 중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이 무척이나 많았다.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 모작을 만드는 것이 수행평가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상대적으로) 그리기 쉬운 그림을 그리면 점수를 적게 줄 수 밖에 없다”는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르네 마그리뜨의 ‘거짓 거울(Le Faux Miroir)을 그려서 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기 쉬워서가 아니라, 교과서에 실린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기에. 다른 작품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이미지의 배반(La Trahison des Images)과 ‘빛의 제국(L’Empire des Lumières). 언제 한 번 직접 보고 싶다.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르네 마그리트展’이 있었던 모양인데….

덧쓰기.
사실, ‘거짓 거울’을 굳이 그린 이유에는 ‘그리기 쉬워서’도 한 몫 했다. 게다가 이미 다 그렸는데, 다 그리고 나서야 작품을 바꾸면 좋겠다고 하시니, 누가 바꾸고 싶겠는가. (도망)

파편

모두들 남의 일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도 많은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만, 정작 자신이 떠들어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런 관심도 없네. 떠들어대는 그 사람이 이 사람이든 저 사람이든 상관이 없다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냥 계속 떠들어대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네. 그 사람이 떠들어대고 있는 나 자신이라 하더라도.

파편. 말의 파편. 인간의 파편. 조각조각난 우리는 실 한 가닥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 실이 끊어지던 말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네. 끊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걸 확인이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 떠들어대지. 모두들 남의 일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도 많은지. 자신이 떠들어대는 남이 자신과 실 한 가닥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도 잊은채. 우리는 그저 파편들일 뿐.

나는야 파편.


이렇게도 쉽게 끊어질 수 있었던 건가. 기분이 엉망이다.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