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물어보지 않는다. 어른들은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냐? 그 앤 무슨 놀이를 좋아하지?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어른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진 얼마나 버니?” 어른들은 이렇게 묻고 나서야 그 친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얼굴이 시뻘건 신사가 살고 있는 별을 하나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를 맡아본 적도 없고, 별을 바라본 적도 없어. 그는 누구를 사랑해 본 일도 없어. 오직 계산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것이 없어. 그리곤 온종일 아저씨처럼 이런 말만 되풀이하지.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오만에 가득 차 있어. 그러나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건 버섯이야!”

그리고 그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 있니? 사막은 좀 쓸쓸한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도 쓸쓸하긴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다. 그가 알고 있는 산이라고는 무릎 높이밖에 안 되는 세 개의 화산이 전부였다. 불이 꺼진 화산은 걸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높은 산에서라면 이 별과 사람들 모두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바늘 끝처럼 뾰족뾰족한 바위산 꼭대기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안녕.” 그는 혹시나 하고 말을 해 보았다. “안녕…… 안녕…… 안녕…….” 메아리가 대답했다. “너는 누구니?”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너는 누구니…… 너는 누구니…… 너는 누구니…….” 메아리가 대답했다. “친구가 되어줘. 나는 외로워.”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메아리가 대답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참 이상한 별이로군! 메마르고 뾰족하고 험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도 없이 남이 하는 말만 되풀이하고…… 내 별에는 꽃이 한 송이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럼 너도 목이 마르니?”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물은 마음에도 좋을 거야…….” 나는 그의 대답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이렇게 얘기했다. “넌 좋은 독을 가지고 있니? 날 오랫동안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 우뚝 멈춰섰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읽었다. 1년 만인가. 어릴 땐 이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술주정뱅이는 왜 계속 술을 마시는지. 사업가는 왜 별을 계속 세는지.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슬프다. ‘어린 왕자’는 분명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나는 사막이 싫었었다. 우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린 왕자가 사라진 곳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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