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쓰는, 누구 보라고 쓰는 글

누구 보라고 쓰는 글. 모든 논쟁은 ‘현재, 이 세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신과 논쟁을 하다보면 18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하다. 자본가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시장 논리’만 있던 그 때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당신을 보면 답답하다. 자본가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는 보장을 당연시 여기면서, 전체 인민의 ‘시민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철학적 논거가 부족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답답하고.

인권을 왜 보장해야 하는가 논증하는 것은 이미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그 논증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그런 용감한(?) 주장을 하기 이전에, 인권 관련 국제협약을 한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가장 유명한 국제협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인권규약 중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국제인권규약은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을 구속력 있게 만들기 위해 1966년 UN이 채택한 국제협약으로, 법적구속력을 갖고 있으므로 가입국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입하지 않으면 이 규약에 명시된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인권규약은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및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선택의정서(B규약 선택의정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참고로 한국은 A규약과 B규약 모두 가입하였고, 중국도 두 개 규약 모두 가입하였으나 B규약은 아직 비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비준할 가능성이 높다는 2006년 기사가 있던데, 비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덧글 부탁드린다.)

제7조

이 규약의 당사국은 특히 다음사항이 확보되는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가. 모든 근로자에게 최소한 다음의 것을 제공하는 보수
(1) 공정한 임금과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 특히 여성에게 대하여는 동등한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와 함께 남성이 향유하는 것보다 열등하지 아니한 근로조건의 보장
(2) 이 규약의 규정에 따른 근로자 자신과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생활

나.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

다. 연공서열 및 능력이외의 다른 고려에 의하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의 직장에서 적절한 상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

라. 휴식, 여가 및 근로시간의 합리적 제한, 공휴일에 대한 보수와 정기적인 유급휴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 중.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에서의 노동 착취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제19조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가.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나.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중.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빨갱이”든 “(환경에 미칠 영향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떼쓰는 년”이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당신이 지율 스님에 대해 ‘년’자 소리까지 붙여가며 흥분한 ‘천성산 도롱뇽 소송’의 경우, 개발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의 ‘환경정책 결정 참여권’과 관련된 논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환경정책 결정 참여권’은 현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인권이긴 하지만 아직 국제협약에 포함되지 않은데다, 도롱뇽을 이해당사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있었으므로 좀 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이 부분은 그 때 말했듯 나에게는 분명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당신은 (정부에게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지율 스님의 발언과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비난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비용이 얼마가 들게 만들었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낭비한’ 돈을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었던지와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돈이 낭비되었다고 해서 그런 발언과 행동을 금지해야 한다면, ‘국회를 해산하고 전제군주정으로 돌아감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를 하느라 낭비된 돈을 다른 일에 쓰자’는 주장 또한 가능한 것이 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다.

끝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국제규범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화주의 그 자체에 대한 논쟁은, 나 말고 평화운동가들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게 전쟁없는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는, 나는 분명 부족한 점이 많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만들지는 않는다.

할 말 있으면, 부디 덧글로 해주길 바란다.

덧쓰기.
그러고보니, 이렇게 누군가 한 사람만을 위해 글을 쓰는 경우는 처음인듯. DNFTT라던데, 이런 식으로 자꾸 행동하면 안 되려나. (웃음)

답답해서 쓰는, 누구 보라고 쓰는 글”의 6개의 생각

  1. 내가 담에 동물의 언어를 번역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은데, 물론 가능하다면 말이야.. 만약 이런 기계가 발명이 되고 신빙성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도롱뇽이 이해당사자로 되는 데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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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문제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권리능력’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데, ‘권리능력’이란건 현재로선 ‘생존하는 인간’만 가질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여기서 ‘의사소통 능력’은 상관이 없지. 의식이 없는 인간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가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러니까 도롱뇽이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권리능력’을 갖게 되는 건 아니지….

    하지만, 도롱뇽이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권리능력’의 정의가 바뀌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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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롱뇽이 뭘 원하는지 완벽한 건 아니지만 알 수 있게 되고, 소통 가능한(일방향이긴 하지만) 대상으로 떠오르면 도롱뇽도 권리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도움이 될거같은데?ㅋㅋ 권리라는 거 자체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서 부여되는 게 아니니까, 구성원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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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왜 그렇게까지 그 분은 피엡님의 내면을 밑도끝도없이 할퀴며 괴롭히려고 했을까요…

    그러고보니, 저는 그 분이 피엡님을 ‘괴롭히려고 한다’는 의도를 가졌다고 인식했어요. 제가 단순히 그 분과 피엡님이 나눴던 ‘어려운 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런 식의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요?…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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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 이후에 이 블로그에서 논쟁한 것도 있습니다. 혹시 보셨나요?

      음, 괴롭히려 했다기 보단….
      그냥 ‘반박’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자신의 주장을 봉쇄시킬 수 있는 반박이 있을 것인가, 그런 생각에 말이죠. 제가 했던 반박에,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반박을 바랐다고 곧이곧대로 반박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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