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프로크루스테스

사회·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쉬크(chic)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사회·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뭔가 유별난 것이 되어 버린 세상인 것 같다.

Moleskine Note 2007.01.12 (일부 수정)


나는 너무나 외롭다. 내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드러내자면, 이성이 필요하다. 나도 멋진 남성이 되고 싶다. 만약 가 내가 정치적이어서 —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 관련 책 —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게 아니라, 여드름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여드름이 없는 멋진 남성이 될 자신이 없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멋진 남성이 될 자신은 더더욱 없다.

이렇게 지난 일을 끄집어내 곱씹고야 말았다. 고백을 거절한다는 말조차 듣지 못하고 끝나버린 내 사랑(내가 정치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한 그의 말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다.)이 몇 주나 되었다고, 다른 이에게 또다시 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 머리는 끊임없이 아니라고 외치지만, 눈을 감으면 그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분명히 호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그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아닐 것이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그대가 필요하기에 그대를 사랑하는’, 그런 한심한 좋아함일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번의 그는 과연 정치적(신문을 펴 가장 마지막으로라도 좋으니 사회면 — 정치면이 아니다 — 을 보는 것)일까’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를 진정으로 좋아했다면, 그가 내 틀에 맞길 원하기 전에 내가 그에게 맞추려 노력했을 것이다. 멋진 남성이 되려 노력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여드름?) 그러지 못하는 나는, 단지 내 머릿속 이야기를 말로 털어놓고 내 어깨를 기댈 상대가 필요한 것을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그저 한심한 프로크루스테스일 뿐이다. 나는 그를 좋아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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