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편지, 초콜릿

내일은 졸업식이다. 초등학교 졸업식과는 좀 다른 기분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불안감’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는 것은 같은 것 같다.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 때문일까.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남에게 편지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편지를 읽고 싶으시다면, 위의 편지 링크를 통해 내려받아 보시길.)

솔직히 말하자면, 내 친구들이 속물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내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편지를 보내게 한 것 같다. 아니, 나 자신이 속물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내가 편지를 보내게 하였다. 난 20년 뒤 돈에 끌려다니는 인생(이건 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은 살고 싶지 않았고, 또한 내 친구들이 그런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내가 편지를 쓰게 만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오늘 ‘Romantic Person’(해밀님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해밀님이 내게 하신 말)이 되었다. (웃음)

링크시킨 편지를 읽어 보면 알겠지만, 참 글투가 마음에 안 들게 썼다. 내가 보기에도. 내 욕심으로 쓴 것이니 그럴 것이다. 내가 돈에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욕심, 내 친구들이 그런 인생을 살지 않길 바라는 욕심.
내 친구들 중 내가 가장 그런, 내가 바라지 않는 인생에 가까운 것 같다. 10년도 되지 않아 그런 인생을 살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 바람을 욕심이라 부른다. 내가 가장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가르치려 드는 글투로 글을 쓴 것 같다. 그 가르치려 드는 말투는 분명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것이었을 것이다.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주었다. 56% 카카오 초콜릿 통에 넣은 99% 카카오 초콜릿. ‘왜 이리 조금밖에 안 주냐’는 친구들의 투정에 ‘좀 있으면 덜 받을 걸 하는 후회가 들걸’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99% 카카오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내 친구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나머지 친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이런 장난을 치기에는 좀 미안해서, 쪽지를 하나씩 주었다. 병 주고 약 주고.

삶이 때론 당신을 속이고, 괴롭게 할지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늘 웃음을 잃지 마세요.

예전에는 이런 식의 말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도 좀 변했나 보다.

편지를 건네주며 돌아다니다 보니 편지를 주지 못한 친구들이 참 많았다. 늘 함께 했던 친구들이건만,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 내 기억력 때문에 편지를 주지 못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오늘 주지 못한 친구들은 내일 줄 생각이다.

졸업식, 편지, 초콜릿”의 2개의 생각

  1. 4번의 졸업을 하는 동안 한번도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정말 좋은 생각인거 같네요. 졸업 축하드리고 99%를 주시는건 좀 심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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