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올해 초에 한겨레21에서 다룬 이후, ‘국기에 대한 맹세’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이전에도 이에 관한 글을 써보려다 말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문구를 수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원래 원안대로 ‘정의와 진실’ 등의 단어를 넣은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의 원 저자의 말대로, 정의와 진실이라는 문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올바른 길로 갈 때만 충성을 할 것이냐, 국가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무조건 충성할 것이냐의 차이는 크다고 본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충성 대신 사랑이라는 말이 어떨까싶다. 두 단어의 어감 차이는 분명 크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 수정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라고 다른 사람들이 강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특히나 무조건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한다면 말이다.
게다가, 국가를 사랑하는 방법이 ‘국기에 대한 맹세’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세상에는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저런 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의 양심에 맡겨두는게 어떨까.

덧쓰기.
국기에 대한 맹세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말을 보면, ‘순국 선열을 생각해 부끄럽지도 않냐’는 말을 자주 하던데, 순국 선열들이 자신의 몸을 바쳐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를 고민해보게 된다.
순국 선열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핍박받았던 우리나라의 사람들 개개인이었던가, 아니면 충성을 바쳐야 할 국가 그 자체였던가. 나는 전자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분들이 살아 계시다면 한 번 여쭤보고 싶은 문제다.

덧쓰기2.
국기에 대한 맹세, ‘폐지’ VS ‘유지’ 논란 휩싸여…
어제 나온 동아일보 기사인데,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다.

행자위의 국기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일본·중국 등 상당수의 나라들은 ‘국기’에 대하서 헌법 또는 법률로 정하고 있다. 또 미국은 1892년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률로 재정했고, 많은 주가 낭송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국기’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는 나라는 약 90개국이고, 그 외의 나라들 상당수가 일반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둘 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국기’를 법률로 정한 것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률로 정한 것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국기에 대한 맹세’ 유지 쪽 네티즌 의견만 싣는 등 ‘유지’쪽 방향으로 기사를 쓰면서, ‘국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연결시키며까지 ‘다른 나라도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안 하려 하느냐’의 뉘앙스를 주는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나라는 다 법으로 정해놓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와 미국만 정해놓지 않았는가. 물론 ‘국기’말고 ‘국기에 대한 맹세’말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의 7개의 생각

  1.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확실히 어릴적에 맹세를 할 때 보다 군대에서 느낀 점들은 좀 낯설었습니다. 군대에서라면 몸과 마음을 바친다는 문구가 맞기는 하지만, 글쎄 명령이 아닌 자발적인 판단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너무 맹목적인 강요가 아닐까 싶었는데, 최근들어 문구가 다소 바뀌어 시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게 그렇게 바뀌어서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습니다.

    확실히 군가들도 바뀌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반공 정신의 색이 강한 음악들이 좀 많아서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훈련소에서 배우다 보면 가끔 흠칫할때도 있긴 하지만, 분별력이 흐트러진다면 맹세나 일부 군가는 한 개인의 정신적인 부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문구에 대해서는 개선하는 쪽에 찬성을 하고 있지만 법으로 정한 것에 큰 문제가 있는지는 지금 저로써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생각하자면 많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어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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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에 대해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기에 대한 맹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적은 글을 트랙백 하겠습니다.;;

    (아니, 국기에 대한 맹세 하나만 법에서 빼는 개정안을 내놓긴 했는데, 그게 처리될 지도 미지수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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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urumee
    적어주신 문구가 바뀐적은 없지 않나요? 1972년 이후로 계속 저 문구로 맹세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1주일 전에 저 문구로 맹세를 한 적이 있지요.
    폐지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는데, 문구 수정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ZF.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실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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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체적으로 다 공감이지만, 덧1번의 “순국 선열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핍박받았던 우리나라의 사람들 개개인이었던가, 아니면 충성을 바쳐야 할 국가 그 자체였던가” ,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걸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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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똑같은 생각이라니 반갑네요. 🙂
    ‘자랑스러운 국가’에서 ‘국가’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참.
    대개 그 말을 쓰며 사람들 개개인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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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핑백: el nov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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