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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의 대화 속에 잠깐씩 섞여 나오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두 분은 어떤 사랑을 하셨을지 듣고 싶어진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할머니께 여쭤보고 싶지만, 할머니께서 그런 이야기를 꺼리신다시기에, 망설이고 있는 중. 하지만,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만 들어도, 두 분의 이야기는 정말 특별할 것 같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보다 두 살 많았다. 두 분을 만나게 한 것은 한국 전쟁. 그 당시 두 분은 중학생이었다. (두 분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을까.) 서울에 살던 할머니는 대구로 피난을 오게 되었고, 전쟁 동안 어느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그 집은, 할아버지의 친척집. 할아버지는 그 당시 대구로 유학을 와서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두 분은 그렇게 만났다.

할머니가 서울로 돌아간 이후에도 두 분은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던 것 같다. 두 살 차이라지만, 할머니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셨기에 실상 네 살 차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진로에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집안은 가난했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학비가 들지 않는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셨다.

할아버지가 사관학교를 졸업한지 1년쯤 뒤, 두 분은 결혼하셨다. 할머니의 집안에서 반대가 많았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대충 짐작이 간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두 살 많기도 했고. 할머니의 집안은 비교적 부유했던데 반해, 할아버지는 (장교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긴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건어물상의 아들이었으니까.

두 분은 결혼 후 다섯 달 뒤, 아버지를 낳으셨다. 할머니께서 이 이야기를 하기 꺼리시는 까닭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일이니, 40여년 전이었으면 오죽했을까. 두 분은 그 후 37년을 함께 하셨다. 할아버지의 제사 때마다, 방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두 분은, 어떤 사랑을 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