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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근길, 버스 정류장

이번 주 초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버스도착안내 키오스크(kiosk)를 발로 차면서 욕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버스가 빨리 오질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말이다.

짜증이 확 치밀었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서서도 잘 수 있을 것 같이 피곤했던 탓이 컸겠고, 나보다 어린 사람이라 쉽게 짜증이 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큰 소리로 욕을 하며 키오스크를 발로 차는 건 누가 하든 잘못이라 생각했다. 하지 말라고 얘기할까 하다가, 피곤하고 귀찮아서 관두고 그냥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그 아이가 나한테 와서 “혹시 동전 400원만 있으면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반사적으로 없다고 대답했다. 짜증이 나 있기도 했고.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아까 욕을 하고 있던 건 집에 갈 돈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0원도 1,000원도 아닌 400원이니 말이다. 부산 시내버스 어린이 요금이 400원이다. 그 아이는 아마 버스에 타서는 돈이 없는데 공짜로 태워주실 수 없느냐고 기사에게 부탁해야 할 것이고, 한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걸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걱정되고 짜증이 나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한참을 오질 않았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때쯤,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있었다. 그 아이를 불러세워서, 찾아보니 동전이 있었다고 말하며 줬다.

그러니까 갑자기 “형님,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곧바로 온 버스에 내가 올라탈 때까지 그 아이는 계속 90도로 인사를 했다.

내 예상이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 욕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며 마음을 놓았다. 물론 누가 하든 간에 큰 소리로 욕하는 걸 듣는 건 여전히 불쾌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래도 키오스크를 발로 차는 건 잘못이라고 얘기를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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