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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September 2014

외국과 비교되는 한국 언론 댓글난의 ‘고민 없음’

예를 들어 보자.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눈에 띄는 뉴스 제목을 발견한다. 죽 읽어내리다가 곧 댓글난과 마주친다. 십중팔구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댓글이 가득하다. 다음도 특별히 낫지 않다. 네이버보다는 조롱과 욕설이 덜하지만, 그래도 수준이 별 볼 일 없다. 뉴스를 읽은 뒤 일부러 댓글난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없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여러 언론의 뉴스를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라 그럴 것이라는 의견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론 홈페이지에 직접 달린 댓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전혀 없고, 심각한 욕설과 조롱이 오가지 않는다면 다행인 수준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댓글난을 안 보고 싶지만, 너무나 눈에 띄게 디자인해놓아 실수로 몇 초씩 훑어보게 되는 일이 잦다. 무척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The Guardian의 한 기사에서 댓글난을 우연히 보았는데, 앞서 말한 한국의 뉴스 댓글난과는 너무 달라 인상 깊었다.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관한 칼럼이었다. 조롱과 욕설 따위의 반응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사건인데, 그 사건에 대해 다수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은 칼럼이었다. 기분 좋은 댓글만 달릴 것이라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댓글난에는 예의를 갖춰 조곤조곤 반박하는 댓글이 달려있었다. 1 내 입장은 그 댓글보다는 칼럼 필자의 의견과 더 비슷했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익했다.

The Guardian의 독자 수준이 높다는 찬사를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기사 바로 밑에 보이는 댓글난에는 오직 그 댓글 하나만 보였지만, ‘더 보기’를 누르자 내가 원래 예상했던 ‘수준 낮은’ 댓글이 가득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읽을만한 댓글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있었고, 게다가 유익한 반박 댓글은 마치 혼자만 있는 양 가장 잘 보이게 위치했던 것이다.

외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한국보다 수준이 높다고 가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일 것이다. YouTube 등 외국 사용자도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몇 개만 둘러봐도, 수준 낮은 댓글은 세계 어디나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수준 낮은 댓글이 가득했던 것을 볼 때 The Guardian 같은 언론 독자의 수준도 한국보다 특별히 낫지 않다. 하지만 The Guardian이 보여준 댓글 시스템은 한국보다 월등히 수준 높았다.

어떠한 기준에 따라 댓글 시스템을 만들었는지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지만, 앞서 언급한 기사는 물론 다양한 기사의 댓글난을 찾아보며 시스템 구성을 세심하게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기사에 댓글난을 여는 것이 아니라 선별해 열며 2, 댓글난을 연 기사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는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닫는다. 3 다른 사용자의 추천 등을 통해 댓글을 보여주는 순서를 정하는데, 순서를 조작하기 어렵게 한국의 언론사보다는 훨씬 정교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듯해 보인다.

The Guardian뿐만이 아니라, 댓글난을 아예 닫기로 한 Popular Science의 경우 4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많은 외국 언론사가 댓글난에 관해 여러 고민을 하는 듯하다. 5 그런데 한국 언론사들은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 고민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요새는 실수로 댓글을 맞닥뜨리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AdBlock을 이용해 한국 언론 댓글난을 차단하고 있다. 나만 이렇게 댓글난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일까? 한국 언론의 이런 ‘고민 없음’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지 모르겠다.


  1. 관계없는 이야기이지만, 댓글 작성자의 이름을 나중에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여러 권의 책을 냈고, 영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임은 물론 한국에 사는 나마저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의 언론 홈페이지에서 이런 경우를 볼 수가 있는가?
  2. 의견 교환이 잘 이루어질 만한 기사를 중심으로 여는데, 반응이 활발하더라도 과도한 비난이 오갈 만한 기사는 잘 열지 않는 것 같다.
  3. 뉴스에는 시의성이 있게 마련이라, 오래된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대개 그 뉴스와는 관계없는 것이기 때문일 테다.
  4. via Yoon Jiman.
  5. 내 생각에 댓글난을 잘 관리할 여력이 없는 언론사라면 차라리 아예 댓글난을 닫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