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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August 2014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의 결합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는 두 가지 형태의 경쟁, 즉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의 결합이라는 것이 나의 요지다. 경제적 경쟁이 자본을 구성하는 두 가지 상호 연관된 관계 중 하나라는 것은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반면에 지정학적 경쟁은 안보·영토·영향력 등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을 말한다. 제국주의를 이런 식으로 개념화하는 것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는 듯하다. 첫째는 역사적 개방성이다. 지정학적 경쟁은 분명 자본주의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나 초기 근대 유럽의 절대 왕정들도 지정학적 경쟁에 몰두했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등장하는 역사적 시점은 국가 간 경쟁이 자본축적이라는 더 큰 과정에 통합됐을 때였다. 이런 일은 자본주의 경제 토대의 이점 때문에 개별 국가들이 더는 자본주의를 거부할 수 없게 됐을 때 일어났는데, 그 과정은 네덜란드 독립 전쟁에서부터 19세기 말까지 몇 세기가 걸렸다.

이러한 제국주의 개념의 둘째 장점은 환원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은, 아니 더 일반적으로 말해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때때로 모든 국가 정책의 동기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에서 찾는 경제 환원론으로 오해받는다. 물론, 마이크 데이비스가 부시-체니 정부를 ‘미국석유협회의 집행위원회’라고 비꼰 것을 보면 때로는 환원론이 진실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제국주의를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의 결합으로 바라보면 국가 정책의 형성을 훨씬 더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부시 정부에서도 미국 대외 정책의 주된 동기는 핼리버튼 사의 이윤을 불려 주는 데 있지 않았다. 지금은 날개 잃고 추락했지만 한때 네오콘의 핵심 인물이었던 폴 울포위츠의 주된 고민은 그런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그의 고민은 전 세계 권력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경제적 변화(특히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성장)에 직면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라크를 치는 것은 미국보다 그 경쟁국들이 더 많이 의존하는 석유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서 ‘동료 경쟁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경제적 결정 요인과 지정학적 결정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가정할 때 국가 정책의 형성은 다소간 불확정적인(미리 결정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다른 사회적 측면들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이데올로기가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데,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대외 정책의 형성에서 윌슨의 자유주의적 세계 자본주의 질서 구상이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을 감안하면 이데올로기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 대목에서 국제관계학의 이른바 ‘네오그람시주의’ 학파가 강조하는 주제(헤게모니를 쥐고 있거나 추구하는 강대국이 다른 국가들의 지배계급을 문화적·정치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가 일정한 반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비와 내가 더 정교하게 다듬은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의 셋째 장점은, 상이한 경쟁 형태들 간의 상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 그렇게 해서 20세기 초에 등장한 제국주의 이론이 애당초 규명하고자 했던 현상으로 우리의 주의를 새삼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20세기 중반의 식민지 해방 운동의 영향이 컸겠지만, 제국주의라는 개념은 어느 순간부터 주로 강대국 대 약소국의 관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전이나 도중에 제국주의론을 정식화한 원래의 이론가들이 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현상은 자본주의의 구조 변화로 말미암아 강대국들 사이에 경제적·전략적 경쟁이 격화하는 현실이었다. 자본주의는 오직 비잔주의 사회들을 흡수하고 지 배해야만 자체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로자 룩셈부르크조차 제국주의를 강대국 간 경쟁이라는 틀에서 이해했다. 즉, 원래의 제국주의론은 자본주의의 심장부(때로 세계 체제의 ‘중심부’라 불리는)를 이해하는 틀이었던 것이다.

―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pp.33-35. 알렉스 캘리니코스.

<맑시즘2014>에서 ‘오늘날 제국주의를 이해하기’ 워크숍을 흥미롭게 들은 후, 좀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출간 직후 샀었지만 여태 읽지 않고 처박아뒀던 책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를 읽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한 군데가 되어가고 있는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으로서, 제국주의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느낀다.

캘리니코스의 제국주의 분석은 제국주의를 단지 자본 간의 경제적 경쟁만이 아니라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과 결합해 분석한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그가 직접 밝히듯 이러한 분석은 “모든 국가 정책의 동기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에서 찾는 경제 환원론”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보다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