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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December 2010

사랑으로 저항하는 프랑스 시위자들: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혁명한다”

헬멧과 갑옷, 방패로 중무장한 경찰들 앞에서 남녀 한 쌍이 드러누워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고 있다

© REUTERS/Gonzalo Fuentes

이 사진은 도대체 무엇일까? 헬멧과 갑옷, 방패로 중무장한 경찰들 앞에서 남녀 한 쌍이 드러누워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고 있다! 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경찰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중무장한 채 대열을 갖추어 서 있다. 이들의 등 뒤로는 육중한 경찰수송차량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들 앞에 드러누워 키스하는 한 쌍. 사진은 역삼각형 구도로 찍혀 한층 긴장감을 더한다.

꽉 부둥켜안은 이들의 팔과 남자의 손에 생긴 힘줄을 보건대, 이 남녀 한 쌍 또한 약간 긴장한 듯하다.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 사진은 긴장감만으로 가득하지는 않다. ‘시위 진압 경찰들 앞에서의 사랑’이라는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이 두 남녀의 행위가 오히려 시위 현장의 긴장을 어느 정도 깨뜨리고 있다.

이 사진은 2010년 10월 프랑스의 연금 개악 반대 시위 현장에서 로이터 통신사가 찍은 것이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경제위기로 말미암은 국가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에 반발하여 300여만 명의 시민이 들고일어났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과 더불어 연금 개악으로 청년실업이 더 가중되는 것에 분노한 청년들도 시위에 동참하였는데, 이 키스하는 두 남녀도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이다.

시위의 시발점은 연금 개악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쌓여온 정부의 불공정한 책임 떠넘기기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동했다.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 로레알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받아온 대통령과 그 검은돈을 관리해준 노동부 장관이 주도한 연금 개악에 사람들은 “기업들의 실패 탓인 경제위기의 부담을 우리가 왜 대신해야 하는가?”라며 분노했고, 시위 현장에는 “나는 계급 투쟁한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프랑스 68혁명 이후 등장한 ‘신좌파’들은 모든 억압의 철폐를 신조로 내걸고 저항했다. 이들은 경찰, 군대와 같은 모든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없애길 원했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계급 없는 사회를 꿈꿨다. 그뿐만 아니라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랑’을 매우 중시했는데, 자유로운 섹스와 사랑이 억압적인 사회구조와 사람들을 바꿔낼 수 있다고 믿었다.

경찰들 앞에서 키스하는 이 두 남녀는 신좌파이거나 신좌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경찰들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을까? 68혁명 당시 사람들은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혁명한다.”라고 외쳤다. 그렇다면 이 두 남녀는 사랑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 1학년 2학기 <실용작문> 시간에 사진/그림 설명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썼던 글. 논리의 비약이 매우 심한데, 그래도 페이스북에도 올려놓고 블로그에도 옮겨놓는 걸 보면 이 글이 마음에 들긴 드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