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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진보교육감 홍위병 아닙니다

5일 아침 “동아일보 1면에 아수나로가 실렸더라”는 믿기지 않은 소식을 시작으로, 아수나로는 지금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보수 언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언론들이 소위 ‘홍위병’을 운운하며 연일 아수나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청소년들이 진보교육감과 교육의원들에게 선동되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수나로가 진보교육감 당선 이전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꾸준히 활발하게 활동해온 단체라는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이 언론들의 논조에는 문제가 많다. 이들의 주장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미성숙하며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의 학생들이 무조건적으로 경쟁을 거부하며 학생 인권과는 관계없는 정치적 이슈에 뛰어들고 있다.”

7월 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성호씨의 칼럼(학생이 평가 싫어 거리로 나선다고?)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수나로의 주장이 옳다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평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경쟁을 유발하는 어떠한 체제나 제도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평가=경쟁=인권침해’라는 등식은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수나로는 그러한 등식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수나로는 경쟁이 교육의 목적이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일제고사라는 평가제도로 인해 초등학교까지 야자를 하는 등 학생들은 강제야자와 보충수업을 해야 하며 “목숨걸고 공부”할 것을 요구 받는다.

이것이 과연 “학생들의 학습을 동기화하고 교육의 과정 전체를 점검”하기 위한 평가인가?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현실이니 학생들의 학습이 시험에 ‘동기화’ 되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이러한 현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일제고사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라고 말하기 이전에, 경쟁적 교육체제가 아동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한국에 개선을 권고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문(CRC/C/15/Add.197 2003년 1월)이나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교원평가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반에 20명 이상 보충수업에 참여하게 해라. 교원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교장이 벌써부터 나오는 등 교원평가가 학생들을 위한 것,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교원평가는 교장이 교사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공교육의 질 제고’나 ‘더 좋은 교육’이라는 건 더 강화된 입시교육과 말 잘 듣는 교육을 의미하지,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이나 인권교육, 인성교육 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원평가가 강제보충수업 등을 늘리고 반 평균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을 체벌하는 등 교사의 반인권적 행위로 연결되는 것은 지금의 학교 현실과 보고되는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동기를 부여하거나 참여를 보장한다고 할 때, 그것을 점수 매기고 줄세우는 ‘평가’, ‘경쟁’의 방식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이다. 학생과 교사가 좀 더 평등한 권력을 가지고 서로 견제하고 대화하는 민주적인 학교와 수업이 지금의 교육의 문제점을 고치기에는 훨씬 낫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교장 선출에도 학생회가 참여하며, 학교 규정은 물론 심지어는 흡연을 허용할지 말지 여부조차도 학생회가 회의로 결정하곤 한다. 교육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 또한 ‘인권’의 문제이다. 인권과 교육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서로 연관되어 있다. 학생들이 왜 교육정책에 왈가왈부하냐는 식의 말이야말로 반인권적인 발상이다.

인권은 들리지 않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였다. 지배자들은 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우리를 ‘홍위병’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애써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홍위병’이라는 그 무례한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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