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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November 2009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

어찌하다 보니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딱히 운동이라고 할 만한 일을 한 것도 없지만) 주변에 알려져 버린 까닭에, 가끔 나에게 인권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질문을 좀 더 자세히 듣노라면, “꼭 인권 관련 일을 해야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내가 몸담고 있는(?) 청소년 인권 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인권운동사랑방 같은 비주류적 느낌이 나는(?) 인권단체에도 별달리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개 국제 앰네스티 같은 단체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세계 여러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앰네스티 조사관이 최근에 한국을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 알고 있느냐”고 대꾸하고 싶지만, 그냥 아무 말을 않고 만다.

인권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이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나는 ‘진정성’이라는 말을 들먹이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대화를 하고 나면 꼭 그 단어가 떠오른다. 정말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은 걸까? 그냥 법률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하려 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속물 같아 보이니 ‘인권 변호사’를 들먹이는 것 아닐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자신이 없다. 내가 “나는 좌파가 아니다”라고 자주 말하는 것, 그 이유의 8할 정도는 이 때문이다. 진보신당과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나는 한국의 기준에서 볼 때 분명히 좌파이지만, 나는 좌파가 아니다. 내가 사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내가 지금 답답하고 숨 막혀서 못살겠는데 그게 사민주의를 하면 좀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지, ‘대한민국의 정치적 건강성을 위해서’라던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고통받는 인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솔직히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내가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려 하는 것도, 내가 학교와 사회 때문에 너무 힘들고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면 재미있기 때문이지, 뭔가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도우러 오는 사람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내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자신이 없다는 것은, 내가 ‘그들을 떠나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인권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못할 것 같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헌신적인 교사’는 못 될 것 같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인권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들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