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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에 대한 오해, 이에 대한 나의 생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2일 ‘교원평가제’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교원평가제를 법제화시키고자 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교원평가제를 도입할 것을 원하고 있는데, 교총이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한 이후 비난의 화살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집중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있노라면, 많은 이들이 교원평가제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법제화하려는 교원평가제는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해가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먼저, 모든 이들이 평가를 받는 세상에서 교사만 평가에서 예외가 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있던데, 교원평가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평가는 있었다. ‘교원근무평정’이라는 제도가 그것인데, 학교장 등 학교의 관리자가 교사의 (수업 능력이 아닌) ‘사무행정업무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는 승진과 연계됨에도 교사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학교장의 마음대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받아왔다. 전교조는 ‘교원근무평정’의 문제점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교원평가제가 교원근무평정과 연계되어 학교장과 교육청이 ‘승진’을 빌미로 교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기 전에 교원근무평정 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무평정이 없어져야 한다는 건 전교조가 핑계로 내세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더 있다. 지금 법제화를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가 없는 형태이다. 한나라당 법안의 경우, 교원능력개발평가(동료평가)와 학생·학부모 평가를 구분하여 동료평가를 주(主)로 하고 있다. 학생·학부모 평가의 경우, ‘만족도 조사’로 이루어지며 참고만 할 뿐 전체 평가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 이것이 당신이 바라는 형태는 아니지 않은가? 참고로 동료평가는 ‘수업참관’으로 이루어지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실효성이 무척 떨어지고 교사 간 다툼만 생길 가능성이 크다. 수업참관을 해봐야 그 내용은 무척 형식적일 것이 뻔하지 않나.

전교조가 대안은 없이 반대만 외친다는 주장들도 많던데, 이미 오래전에 대안을 내놓긴 했다. ‘학교교육종합평가’가 그것인데, 교사의 수업 외에도 학교의 교육계획 전반에 대해 평가하며, 교사는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동료평가가 아닌) ‘자기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사실 교육의 문제는 교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학교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수업연구보다 사무업무를 잘해야 승진할 수 있다거나(근무평정),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운영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거나…. 진정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닐까?

그런데 전교조가 제시한 대안도 문제는 있다. 학생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사의 자기평가에서 학생의 의견은 단지 참고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교사가 자기평가를 할 때 학생의 의견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원평가제에 대한 지금의 논의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해로 점철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논의의 기반에 깔린 가치관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교육의 문제는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교사를 학원강사처럼 만들고 싶어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착각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모든 이들이 서울대학교에 갈 수 있는가? 혹은, 모든 이들이 현재 성적으로 가능한 대학보다 더 높은 순위의 대학에 가는 것이 가능한가? 대학입시는 제로섬 게임이다. 교사가 아무리 뛴다 한들,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강사를 이길 수는 없다. 입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틀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나의 생각은 「청소년의 눈으로 입시경쟁 바라보기」 참조.)

또,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도저히 교직에 있어서는 안 될 인성을 지닌 교사라던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는 교원평가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1년에 한 번 하는 교원평가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당장 징계를 내려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교사를 학원강사로 만들고 싶다거나, 인성파탄의 교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이유 외에도 교사의 교육에 관해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은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의 대안은 학생들의 참여를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 같으니, 역시 교원평가제를 해야 할까? 한나라당의 교원평가제 안은 문제가 있으니까, 학생·학부모의 평가가 좀 더 중요시되는 교원평가제를 하면 될까?

그러나 과연 ‘매우 만족~매우 불만족’의 5지 선다형 평가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참고로 전교조의 ‘학교교육종합평가’는 서술식 평가.)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평의회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사의 수업방식에 의견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교장·교사와 토론을 하는 것이다. 토론을 한다면 교장과 교사도 학생·학부모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도 교장·교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질 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객관식 평가로 무엇을 개선할 수 있겠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시행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일이긴 하지만, 나는 학교평의회 제도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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