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ING TOO LONG?
CLICK/TAP HERE TO CLOSE LOADING SCREEN.
CLOSE SEARCH
MONTHLY ARCHIVES: July 2009

촛불, 쌍용차, 인권

인권단체들에게 그다지 호의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인권단체들에게 대개 이런 식의 비난을 하곤 한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의 인권만 귀중히 여기고 진짜 인권이 침해받는 사람들의 인권은 무시한다.”

작년 촛불집회.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중 일부가 기물을 파괴하고, 경찰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현재도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 사태. 쌍용자동차 노조원과 민주노총 활동가 중 일부가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쌍용차 직원을 향해 지게차를 몰고 돌진했다고 한다.

인권단체들에게 그다지 호의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인권단체들이 이 두 사건에서 일방적으로 ‘촛불집회 참여 시민’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편을 든다고 비난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의 인권만 중하냐고 따지면서. 그들 중 일부는 인권단체가 ‘反국가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촛불집회 참여 시민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편을 들지 않는 인권단체’는 인권단체가 아니다. 인권은 원래 부르주아들이 절대왕정국가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그 태생부터 ‘反국가적’이다. 인권은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기 위한 것이지, 공권력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공권력이 민주국가의 것이든 독재국가의 것이든.)

물론 앞의 두 사건에서처럼, 공권력을 수행하는 사람들(예를 들어 경찰)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쌍용차 사태에서는 직원들도 인권을 침해당했지만, 이 경우도 공권력이 지게차를 몬 사람들을 처벌하려 들 것이라는 건 당연하다.) 인권단체들이 나서서 주장하지 않더라도,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당한 사람들의 인권은, 인권단체들이 나서서 주장하지 않는다면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인권단체는 이들의 인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비난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이다. 인권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자들(the underprivileged)을 위한 것이기에.

인권단체들이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이들이 100% 잘했고 이들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 100%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또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했고, 이는 분명히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인권단체는 양비론이나 펼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인권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자들을 위한 것이다. 인권단체들이 ‘촛불집회 참여 시민’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집회의 자유권/생존권을 옹호해주지 않는다면, 이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인권단체들을 비난하기 전에,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