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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나로를 ‘잠시’ 쉬며

음, 말 그대로 ‘잠시’ 쉴 거에요. 2월 16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의도한 건 아닌데, 수능 다음날 복귀하네요. 절대로 의도한 건 아니에요. (웃음)

뭐, 올해 고3이고, 교사가 되고 싶으니, 교대는 가야 할 것 같고, 집에서 좀 압박도 있고, 그러니까 잠시 쉰다, 는 식의 변명은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 공현처럼 고3 때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들도 있고, 꼭 교대를 가야 교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쉴게요. 사실 원래는, 4월까지는 활동을 예전처럼 하고, 그 이후에는 모임만 나가고 다른 일은 하나도 맡지 않는 정도, 를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냥 쉬기로 마음을 먹은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요즘 들어 활동이 즐겁지 않달까요. 지난 금요일 오전에, 전교조 사무실에 가서 ‘일제고사 연재릴레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게 있었는데, 그날 아침에 정말 일어나기가 싫더라고요. 그냥 사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할까, 그런 생각. 옷 갈아 입고 있는데, 보랏빛이 전화와서 오늘 오전에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고 전할 때, 솔직히 좀 기쁘더라고요. 오후에 가는 것도 그냥 취소해버렸고요. 뭐, 귀찮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것 말고도, 솔직히 모임에서도 그다지 즐겁지가 않아요. 의무감 같은 걸, 요즘 좀 느끼는 것 같아요. 뭐, 별로 한 일도 없지만….

아수나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블로그 상에서 알게 된 해밀님이, 아수나로 활동을 한다길래, 관심이 생겼죠. 아수나로 활동하기 전부터 두발규제나 체벌에 관해 불만도 있었고, 나름대로 생각도 있었으니까. (사실 생각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렇다고 아수나로 활동을 할 마음이 크게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보려고, 가입했었죠. 그리고 괜찮다 싶으면, 활동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전화가 왔죠. 처음 전화 때는 다른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는데, 두 번째 전화 때는 엉겁결에 가겠다고 했어요. (웃음)

그래도 나름 기대를 하고 갔는데, 대실망이었죠. 휴하고 한글, 그리고 저, 달랑 세 명. 아수나로 활동하면서 만난 신입회원분들 보면, 한 50명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 정도로 기대하진 않았어요. 한 10명 정도 되겠지, 그 정도 생각. 그런데 달랑 세 명이라니, 그것도 저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생각한게, 그래도 삼세번인데 두 번만 더 나와보고 그래도 이런 상황이면 그냥 그만둬야지, 그렇게 생각했죠. (웃음) 두 번째 모임도 마찬가지였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그 끔찍한 생활. 그리고 결정적인 건, 소지품 검사. 원래 휴대폰을 소지하면 안 되는데, 갖고 있었죠. 휴대폰을 숨길 때의 그 인격적인 모욕감. 수업시간에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냥 소지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빼앗기지 않으려고 숨겨야 하나…. 그 때, 삼세번이 아니더라도 아수나로 활동을 좀 해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그러다가 세번째 모임에서 참살이를 만났는데, 음, 이런 말해도 되려나, 참살이를 보니, 이 모임도 뭔가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계속하기로 결정했죠, 뭐.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웃음)

활동하기로 완전하게 마음을 먹은 건, 미학혁명 이후에요. 당일치기로 서울에 몰래 갔다 오느라 계획을 얼마나 짰던지. 가서 난생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보니, 그렇게 계획을 열심히 짜서 참여한 보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부까지 행진할 때, 이런게 자유가 아닐까, 하는 감동. 이렇게 글로 적자니 좀 민망하군요. (웃음)

제가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길게 적는 건, 요즘 아수나로에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에요. 힘빠지고 지치는 활동, 활동의 관성화. 별로 한 것도 없는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네요. 저는 밤의마왕처럼 학내시위를 조직한다던가 하는 학내활동도 해본 적이 없고, 따이루처럼 학외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니까요. 학교에서 학생주임 선생한테 “얘 머리가 FM(필드매뉴얼 — 야전교범. 야외 전투에서 모범이 되는 기본 법칙.)이니 다들 얘처럼 깎아와”라는 소리나 듣고 참….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게 중요한 건 아니겠죠? 불쾌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활동 쉰다고 말하기 전에 이걸 말했어야 하는건데….

지난 부울경 공부모임 때, 자신이 생각하는 아수나로는 무엇인가, 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죠. 그 때 왠지, 뭔가 종교모임에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요. 마치 신앙고백을 하는 것 같은…. 그걸 보면서, 아수나로가 활동가들에게 너무 희생만 강요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을만큼 활동가들이 힘이나 시간, 돈 같은 걸 아수나로 활동에 무척 많이 쓰고 있죠. 물론 다들 좋아서 하는 것이고, 운동을 한다는 건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할애해야 하는 것이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활동가들을 지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거에요. 분명 많은 활동가들이 그 때문에 아수나로를 나갔죠. 부산지부만 하더라도….

물론, 사람이 적은데 일은 많으니까, 그런거죠. 게다가 소수에게 일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일이 즐겁다면, 많은 것을 할애해서라도 할 수 있겠죠. 혁명 후의 세상이 즐거운 것이라면, 혁명의 과정 또한 즐거워야 하지 않나요? 엠마 골드만이 말했듯,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건 내 혁명이 아닌” 거죠. 그리고 그런 ‘힘빠지고 지치는 활동’이 새로운 활동가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라고도 봐요. ‘재미없고 힘빠지는’ 운동을 누가 하려고 할까요. 청소년인권에 억압적인, 한국 학교와 사회가 ‘짜증나고 엿같은’ 것인 만큼, 그것을 바꾸려는 운동은 ‘재밌고 즐거운’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의식화’니 ‘신입회원 교육’이니 하기 이전에, 운동을 하는 우리가 즐거운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한 친구하고 대학평준화에 관한 대화를 하다가, 제게 자신이 느끼는 ‘아수나로의 이미지’를 이야기해준 적이 있어요. 다른 단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말하지 않으려 하던걸, 알려달라고 부탁(?)해서 들은 건데…. “식상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수나로에서 뭔가 했다 하더라도, “아 그런가보다. 걔들이면 뭐 그렇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활동의 관성화’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저 친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점점 일반 청소년들과 유리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는 분명 활동도 많이 하고, 이론적 기반도 탄탄히 쌓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 당사자들과는 멀어지는….

‘두발자유, 체벌금지’를 위주로 하는 집회를 제안했던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어요. 개인적으로, ‘두발자유’는 주요 의제로 설정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변화를 이끌어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가장 끊어지기 쉬운 쇠사슬’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 또한 뚜렷한데다, 파급효과 또한 크죠.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데, 정신적으로도 당연히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아닌가요. 뭐, 속도전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아수나로는 너무 이것저것 건드리는게 많은 것 같아요. 인권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게 있는건 절대로 아니지만, 우선순위는 정할 수 있는거니까…. 올 하반기에, 저는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하겠지만…. 기대하고 있을게요.

혁명은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일어나진 않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지금, 단단한 콘크리트 창고를 없애려 하고 있죠. 그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지푸라기가 쌓여 있어요. 거기에 불이 붙으면 건물 또한 무너지겠죠. 그런데 우리에겐 라이터가 없고, 불은 언제 붙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 지푸라기가 젖어 있다면, 그걸 잘 타게 말릴 수는 있는 것이고, 더 잘 타게 기름을 부을 수는 있는 것이죠. 혁명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해놔야겠죠. 지푸라기는 지금, 젖어 있으니까. 라이터는, 이명박이던 공정택이던, 어느 학교 교장이던, 갖고 오는 사람이 있을거에요. 우리가 주장하는 것들을 이뤄내는 변화 또한 마찬가지이겠죠. ‘두발규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직접행동을 이끌어내기는커녕, 그에 반대하는 단체 아수나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반성해야하지 않을까요. 지푸라기를 충분히 말리지 않았다는거니까…. 청소년들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아수나로가 되길 바래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즐겁게, 춤추면서.

Une révolution qui demande que l’on se sacrifie pour elle est une révolution à la papa.
우리 자신을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혁명은 아빠의 혁명일 뿐이지.

Nous ne voulons pas d’un monde où la certitude de ne pas mourir de faim s’échange contre le risque de mourir d’ennui.
우리는 굶어죽지 않는 대신 지루해서 죽을 수 있는 세상을 원치 않아.

Ceux qui parlent de révolution et de lutte des classes sans se référer à la réalité quotidienne parlent avec un cadavre dans la bouche.
매일의 현실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혁명과 계급 투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입에 시체를 물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

68혁명의 낙서들만 보면 왜 이리 떨리는 건지…. 아수나로 또한 이렇게 떨릴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있었으면.

낭테르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듯, 교육부를 점거할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있었으면. 68혁명의 시작에는 낭테르 대학 점거가 있었죠.

활동을 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말이 많았네요. 수능치겠다고 쉬는 사람이 68혁명으로 글을 끝내다니…. 부끄러워라.

Fin de l’Université(대학을 끝장내자).

하핫, 돌아올 때까지 안녕. 아수나로 화이팅!
음, 카페에는 자주 들어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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