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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February 2009

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다?

인권에서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있다”는 명제만큼 오해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인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의무부터 다하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이 명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다”는 말은 간단히 해석하면 “권리를 가진 주체가 있으면 그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의무를 가진 주체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권리의 주체와 의무의 주체는 서로 다른 것이다.

‘두발자유 문제’에서 예를 들어보자. 많은 교사와 학교관리자들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두발자유를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학생으로서의 의무’라는 게 그 실체가 모호한데다 그 양이 무한정 늘어난다는 특성이 있다는 건 차치하더라도(웃음), 여기서 ‘의무를 다해야’ 할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와 학교관리자이다.

학생이 ‘자신의 두발형태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면, 교사와 학교관리자에게는 그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두발규제를 하지 않는’ (소극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생이 ‘두발자유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 교사와 학교관리자는 ‘두발규제하지 않을 의무’를 갖게 된다. 여기서 그 학생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든 다하지 않았든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별개의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혹은 군 복무를 거부한다고 해서,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 등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가 그 사람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간단히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난 것일까? 아마 헌법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같은 장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