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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October 2008

나눔의 능력

대전에 있는 할아버지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어릴 적에는 할아버지의 묘비에 새겨진 이 글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다. 할아버지 옆의 다른 묘비들은 전부 뭔가 멋들어진 말, 이를테면 국가니 민족이니 헌신이니 한 길만 걸었다느니 하는 말들이 새겨져 있는데, 할아버지 묘비의 이 글귀는 뭔가 흔히 볼 수 있는, 묘비를 만든 사람이 아무것이나 대충 뽑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어릴 땐 왠지 초라해 보이고 식상해 보이던 그 글귀가, 정말 소중한 말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지난 5월 초, 할아버지 산소에 몇 년 만에 찾아갔었다. 할아버지 주변의 묘들을 둘러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과연 저들은 글귀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며 한 길만 걷는’ 삶을 살았을지. 대개는 다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전 직업을 생각해볼 때, 그 말이 진실이라면 더 문제다. 군인으로서 국가에 헌신하는 삶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삶과 공존 가능할까.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결국 군인은 타인을 죽이는 것을 일로 하는 직업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더욱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나 민족 따위에 대한 헌신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어젯밤, 선경과 대화를 하다 할아버지 묘비의 글귀가 다시 생각났다. 선경은 나에게 타인과 대화할 때 늘 ‘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렇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눔의 능력’, 공감의 능력이 절실하다.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