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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August 2008

괴물

이라크전이 터졌을 때 13세의 소녀 샬롯 알데브론은 눈을 뜨고 자신의 얼굴을 보라는 말로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저를 한번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 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 여러분 머릿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이건 액션영화도, 공상영화도, 비디오게임도 아닙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우리를 놀라게 한 악마성이란 바로 그런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쟁광들은 겁쟁이들이 전쟁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는 겁쟁이들만이 전쟁으로 이권을 챙기는 사기꾼들에게 놀아난다. 테러에 대한 공포, 악에 대한 공포로 주눅 들었을 때 사람들은 전쟁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공포로 한없이 웅크들 때 내 안에서 악마가 자라난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파시스트들은 겁쟁이들이며, 겁쟁이들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 고병권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중 ‘전쟁을 똑바로 보라’.

“세상의 군대가 모두 없어졌을 때, 온갖 무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집단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거냐”던 친구가 생각난다. “차라리 외계인들이 침략해오면 어쩌냐고 하지 그래”란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온갖 상상의 적들. 상상 속에서 적들은 피도 눈물도 없으며, 오직 살육만을 위해 사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한 마디로 ‘괴물’이다.

니체가 ‘선악을 넘어서’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테러리즘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는 자들이 저지르고 있는 행동을 보라. 그들은 ‘괴물’ 상상에 빠져 ‘공포로 주눅’들었고, 결국 상상 속의 ‘괴물’과 싸우다 그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괴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임을 기억하라. 우리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전쟁으로 이권을 챙기는 사기꾼들’이 퍼뜨리는 ‘괴물’ 상상에 놀아날 때,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