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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April 2008

나쁜 아이

2006년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새로운 교감이 부임해왔고, 그는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 반에는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나쁜 친구가 아니었다. 단지 술과 담배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그런 친구일 뿐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나쁜 친구’가 되기에 충분했겠지만.

그런데, 그 새로 온 교감은 나를 그 친구로 착각한 듯 했다. 그 친구와 내가 함께 있을 때, 한 선생이 그를 가리키며 교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한 이후로, 교감이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너, 무슨 애로사항 있니? 괜찮아, 다 이야기해 봐.”

나는 그 시선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선생님이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 친구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단순히 ‘착각을 바로잡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고, 그가 ‘나쁜 아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그가 누군가를 해코지한다는 말을, 나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 ‘어른들’은 그가 술과 담배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나쁜 아이’로 취급했다.

그리고 그 교감은 그 ‘나쁜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다만, 그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다가왔’지만.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한 달이었다. ‘나쁜 아이’로 낙인찍힌 그 친구가 여태껏 느껴왔을 기분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여태껏 늘 ‘착한 아이’로 살아왔던 나는, 분명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선이 제 딴에는 매우 ‘친절한’ 것이었겠지만, 그 시선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또다른 칼날을 목에 들이대는 느낌’이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그의 시선에서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느껴졌고, 결국 한 달 뒤에는 사실(?)을 알게 된 듯 했다. 그 친구에게, 나에게 주던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애로사항 없냐고’ 묻기 시작했으니까. 그 친구는 교감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그를 피하곤 했다.

만약 내가 교사가 된다면, 과연 나는 그 교감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관심이랍시고, 또다른 칼날을 들이대는. 자신이 없다. 왠지 그 친구가 만나고 싶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