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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April 2007

미학혁명 참가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 첫차는 아니고, 두 번째 차를 탄 듯하다. 보통 때 같았으면 여지없이 졸았을 텐데, 웬일인지 오늘은 잠이 오지 않았다. 전날 밤 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는데….

올 때야 빨리 와야 하기에 KTX를 탔지만, 갈 때야 그럴 필요도 없고, 돈도 없었기에 무궁화호를 탔다. 아침으로 간단히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었다. 그때쯤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도서관에 간다고 한 것치고 내가 너무 일찍 나간 탓이었다. 도서관이 7시가 아니라 6시에 시작하는 줄 알았다고 둘러대곤,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분명히 이번에도 반대하실 게 뻔한데, 나는 집회에 꼭 나가고 싶었으므로.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이런 단체를 규정하는 기준은 제멋대로인듯하다.) 집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퇴학을 시킬 수 있다고 나와 있는 교칙이 버젓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학교이니(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퇴학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쫓아내 보낼 수 있다고 교칙에 나와 있다.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걱정하시는 어머니 마음은 이해가 갔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교칙이 없었으면 나도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니, 이런 교칙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려는 거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정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는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기차를 타니 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속 졸았는데, 그러다가 옆 사람 어깨 쪽으로 머리가 기울어지기도 해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을 자고 나니 이젠 지루해졌다. 음악을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지루해졌다. 지루하게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1년 만에 오는 서울이었다. 서울은 너무나 복잡했고 너무나 광고가 많았다. 사람이 많아 복잡하기도 했지만, 지하철 노선도도 정말 복잡했다. 노선도가 복잡하면 좀 많이 붙여두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노선도가 그리 많이 붙여져 있지도 않아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보느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광고는 왜 그리 많은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 광고가 붙어 있곤 했다. 그리 오랫동안 지하철을 탄 것도 아닌데, 그동안 광고를 도대체 몇 개나 본 걸까. 바닥에 광고를 도배해놓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참가한 집회였다. 2시 5분쯤에 도착한 것 같은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해밀님을 만나 어색한 분위기 속에 잠시 서 있다(웃음) 바닥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집회는 즐거웠다. 공연과 노래, 기타 연주도 좋았고. 지지발언으로 예전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 두 분, 이용석 선생님과 다른 한 분(성함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 이 분(?), 그리고 예비 교사 한 분과 학부모 한 분의 발언이 있었다. 청소년들의 자유 발언 때, 나도 나가 발언을 했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던 터라 하려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말하려던 내용 순서도 뒤섞이고….

집회 2부를 위해 교육부로 행진했다. 행진할 때 만성님께서 구호를 선창하셨는데, 확성기도 없이 소리를 계속 지르셔서 그러다가 목이 상하시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나도 좀 크게 구호를 외치려고 했는데, 그리 잘되지 않았다.

교육부에서 2부를 계속했다. 구호를 외치고, 자유 발언을 계속했다. 학내 활동안내책자를 받고, 풍선을 불어 쓰레기봉투에 넣고 나서 교육부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나는 풍선을 잘 불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풍선을 받아 불어 보았지만 결국 불지 못했다. 물풍선을 던진 것도 아니고, 단지 풍선을 불어 교육부 담 너머로 넘겼을 뿐인데 전경들이 상당히 과잉반응을 했지만,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났다.

집회를 끝마치고 나니 오후 5시. 6시 30분 기차를 타야 했기에 5시 50분 정도에는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해밀님이 식사를 사 주신다고 하셔서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웃음), 뒷정리를 하다 보니 5시 20분이 넘고 말았다. 시간도 애매하고, 식사를 하러 같이 간다고 해도 다 먹지 못하고 나올 것 같아 다른 분들께 인사를 하고 서울역으로 갔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기차 출발 전까지 30분 정도 남았기에,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기차에 올랐다.

음료수를 살 때 먹을 것도 같이 사려 했지만, 가게 안에 과자밖에 없어 사지 않았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다른 가게에 가서라도 뭘 좀 사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팠다. 집회가 끝날 때까지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온종일 샌드위치와 우유, 음료수 한 병밖에 먹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배가 고프다. 집에서는 내가 저녁까지 다 먹고 온 줄 아니, 뭘 먹을 수도 없고. (웃음)

집회를 하면서, 학교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움을 느꼈다. 학교에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억눌려 있는듯한 느낌을 계속 받아왔었는데. 내가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학교에서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안한 기분도 들었다. 생각보다 기자들이 많았다. 최대한 사진을 찍히지 않으려 했지만, 가면을 쓴 것도 아니고 선글라스를 쓴 것도 아니니 분명히 찍히긴 찍혔을 건데, 편집되길 바랄 뿐이다. (웃음) 자유 발언 때 긴장감에 깜빡 잊고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지 못했는데, 걱정된다. 그때는 이미 발언이 많이 이루어진 후라 내 사진을 찍은 분이 많지 않겠지만. 지금까지는 연합뉴스 TV에 잠시 모습이 비친 것 말고는 내 사진을 보지 못했다. 제발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