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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말, 감춰진 생각

싸이월드를 시작한 후 몇 가지 얻은 게 있다면, 다른 친구들의 속내랄까 좀 진지한 생각이랄까 하는 것들을 좀 짐작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싸이의 특성상 자신의 진지한 생각을 드러내는 경우를 잘 보지는 못하는데, 스크랩해 놓은 글이라든지 하루 일기라든지에서 조금씩 짐작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싸이에 자신의 속내를 좀 솔직하게 올려 놓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일이겠지.

사실 나는 친구들과의 진지한 대화에 굶주려 있다.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도 대개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불쑥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탓이다. 아마도 다른 친구들도 속으로는 좀 그렇게 생각하나 (여러가지 이유로) 그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즉, 왠지 겉도는 이야기만 서로 하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겉도는 것 같은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고 즐겁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라도 좀 겉도는 느낌없이 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도 많지 않은데 벌써부터 이래서야. 나중에는 얼마나 삭막해질까.

벌써부터 이렇게 겉도는 듯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았지만, 그건 내 개인적인 추측인데다가 내가 지금 쓰고 싶은 말은 아니니 넘어가자.
내가 이 때까지 보고 느끼기에, 역시 말보다는 글이 좀 겉돌지 않고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싶다. 독서감상문이라든지, 3학년 들어 쓰고 있는 ‘사회 신문 일기’라든지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학교 홈페이지 관리자인지라 오늘 아침에 각 학급 독서신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데, 내 친구의 독후감이 눈에 띄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관한 것이었는데, 평소에도 좀 생각이 깊은 듯한 인상을 주는 친구였지만 막상 5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겉도는 이야기’ 밖에 많이 해보지 못한 것 같아 그 친구의 독후감을 읽어보면서 그 친구의 생각을 감추고 있는 겉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친구와 ‘동물 농장’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아마 하지않으려 할 것 같지만.

나중에는 글에서도 진솔한(이 말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마땅한 다른 말이 없다) 생각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겉도는 이야기만 주고받는 것에 지쳐버린 나에게 가끔 친구들의 글을 (몰래) 읽는 것은 좋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친구들이 싸이월드 대신 블로그를 하길 바라는 것은 나의 오만한 욕심일 것일테고, 단지 나는 친구들과 나누는 말, 즉 대화가 친구들의 글처럼 겉돌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도 더 이상 겉도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좀 더 진심으로 웃고, 좀 더 진심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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